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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2011/08/24 12:14

최근 IT업계에 지각변동이라도 일어나는 듯한 엄청난 사건들이 한국의 IT 업계에는 대부분 긴장을 증폭시키는 요소들로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불난집 기름 붓듣 어느 LG전자 퇴사자가 블로그에 토해낸 쓴소리는 단지 CEO에게 보낸 편지 이상의 쓰나미를 몰고 왔습니다. 그 글의 내용은 단지 비효율적인 업무 환경에 대한 개선 사항 정도에 불과했지만, 기존 LG 퇴사자들과  IT인들이 대거 몰리며 전반적인 한국 IT 업계의 모순에 대한 토론의 장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계속 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있고, 전반적으로 제조업 마인드로 운영되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현실이 고스라니 반영되고 있습니다. 삼성, LG, SK 등 대기업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얘기가 오고 갔지만, 중소기업이라고 특별히 다르진 않은 듯 합니다. 

이미 토론장이 되어버린 그 블로그에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해서 개선점에 대해, 그리고 한국인의 특성상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다는 조심스러운 얘기도 많이 논의된 시점입니다. 개발이라는 분야가 창의적이며 폭넓고 많은 사고를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보니 업무 환경에 대해 대단히 자세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그 중 불가항력적인 면으로 정의 되다시피한 부분이 수직적인 기업구조이며, 이는 개발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내용입니다. 제조업 환경이 이어져 온 면도 있고, 극존대, 극존칭으로 마치 군대와 같은 기업 문화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창의적인 개발 환경이 조성된다는건 있을 수 없다는게 정론입니다. 정말 뜯어 고칠 수 없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조금의 개선이라도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무엇이 문제일까요? 단지 제조업부터 시작된 기업문화 때문에 한국 IT업계 전체가 긴장하게 된걸까요?

최근 업계에서는 scrum 등의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 등의 개발 방법론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좀 더 합리적이고, 수평적 업무 환경으로 개발자들이 좀 더 창의적으로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이런 개발 방법론들이 대두되고 있지만, 개발자들의 프로젝트 경험은 이런 방법론에 대해 일부 회의를 느끼게 합니다. 그 이유로 몇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1. 한국 특유의 수직적 조직 체계
2. 각 개발자들의 개발 스킬 차이
3. 각 팀의 경쟁 구도


수직적 조직 체계는 개발 자체를 산으로 가게 만드는 큰 병폐임은 자명한 사실 입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에는 개발자 뿐만 아니라, 영업, 마케팅, 기획, 디자인 등 여러 유관부서와 개발과는 관계 없는 상급자까지 같이 동참하기 때문에 상급자 한마디에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는 일이 비일비재 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걸 이겨내고 수평적인 개발 환경을 조성했을 때 바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개발자 간의 스킬 차이 입니다. 스킬이 높은 사람은 일의 양이 많아지고, 더 어려운 일을 하게 됩니다. 같은 양으로 분배를 잘 했다고 해도 어느 순간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은 야근을 하고 있고, 쉬운 일을 하는 사람은 일찍 퇴근해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철저하게 분업화 하고, 분배를 하고, 책임을 지우게 되면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하게 되는 병폐가 나타납니다. 상급자나 하급자 누구든 양보하지 않으면 상대는 더 많고 어려운 일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일을 먼저 끝마쳤다면 상대방의 힘든 부분에 대해 도와줄 수 있는 배려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가능한 개발 진행입니다.

이런 문제 또한 이겨냈지만, 복병이 있었습니다. 바로 다른 분야도 아닌 같은 개발 분야에서 벌어지는 경쟁 구도 입니다. 효율을 위해 팀을 편성했다지만, 결국 같은 개발을 하는 분야이고, 경쟁을 하게 됩니다. 이를 조장하는건 책임을 져야 하는 상급자나 혹은 간부가 됩니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이 자주 하던 <옆반은 전교에서 1등한 반이고, 우리반은 이번에도 꼴찌다.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와 대단히 비슷한 상황이 연출 됩니다. 혁신적이고, UX가 많이 고려된 편리한 제품이 나와야 할 개발실에서 단지 일정에 쫓기게 됩니다. 그 쫓기는 일정에는 개발 비용 뿐만 아니라, 경쟁이라는 복병이 숨어 있습니다. 그 경쟁이라는 것은 개발실을 뛰어 넘어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습니다. 혁신적인 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Apple 같은 회사에서 유니크한 제품을 만들어 내면, 어디선가 따라하고, 어디선가 따라한걸 추격합니다. 따라한걸 추격하는 회사가 더 먼저 선수치기 전에 처음 따라했던 회사는 더욱 박차를 가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결국 따라했다는 겁니다.

애초에 창의적인 일에는 경쟁이 없습니다. 애초에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인데 왜 경쟁이 있겠습니까. 경쟁사회 경쟁사회 하며 어디선가 부추기지만, 어디선가는 창의적인 일을 하고 혁신을 합니다.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일만 골라 하기 때문에 모든 일이 경쟁이라는 억압에 짖눌려 있게 됩니다. 

자 과연 군대식 기업의 수직적인 조직 체계 때문에 한국에 IT 위기가 찾아온 것 일까요? 
과연 기업이 천재를 뽑아 바보를 만드는 곳일까요?
애초에 바보는 아닐까요?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한국의 아이들은 경쟁에 내몰립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중에도 마찬가지고, 기업에 들어가서도 이 경쟁이라는 무서운 놈은 끝까지 우리 꽁무니를 쫓아옵니다. 그리고 이렇게 경쟁을 통과한 머리 좋은 학생들이 대기업에 입사를 합니다. 이들의 경쟁력은 천재적입니다. 왜냐하면 평생 경쟁이라는 무시무시한 것들을 모두 이겨낸 학생들이기 때문입니다. 실패도 모릅니다. 그래서 실패를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본인은 아니다라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정말 개발이 좋아서, 무언가 창의적으로 만들어 내는게 좋아서 대입도 포기한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빈약합니다. 회사에서는 이렇게 경쟁력이 빈약한 이들을 받아 줄 여유가 없습니다. 회사는 경쟁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대부분의 회사는 경쟁력 있는 인력을 원합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경쟁을 해야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고, 정부의 지원도 없습니다. 무언가 최대한 다른 회사보다 빨리 생산해 내야 합니다. 최근 UI와 UX 말은 많이 하지만  그 어느것도 경쟁이라는 늪에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스티브잡스와 아이폰을 얘기하며 장단에 대해 많이들 토론 합니다. 아이폰도 휴대폰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다른 폰과의 경쟁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의 사용자 환경을 그 정도까지 끌어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창의적인 노력과 이용자들이 최대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폰을 만들겠다는 의지입니다. 그 의지는 경쟁이 아닙니다. 회사들끼리 회사의 의지를  견주고 이를 점수 먹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회사에는 순익이라는 수치가 결과를 말해줍니다.

여러 이의 제기와 개선 사항을 얘기하지만 정작 그 중심에는 평생 경쟁하며 살아온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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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