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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관련글모음2008. 2. 28. 08:25

참 세상 좁다는걸 새삼 실감하게 됐습니다.

올해 2월 초에 새 회사에 입사를 했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음악팀 이사님과 저녁에 잠깐 바람쐐러 나갔다가, 나간김에 맥주 500이나 시원하게
하고 들어오자고 제안하셔서 가까운 통닭집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맥주 500이 5000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었죠.

둘이서 도란도란 얘기하다가 경리아가씨를 포함해 사장님, 개발이사님까지 좁은 통닭집에
합세해서 다섯명이 되었죠. 이미 500cc짜리 맥주 세번을 갈아치운 상태에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제가 개발자이긴 한데 아무래도 회사가 음악을 업으로 하는 회사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얘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musicshake 라는 음악지식이 전무한 사람이라도 기성곡 수준의 노래를 만들 수 있는 툴을 서비스하는 회사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과거회상 타이밍에 PC통신 시절, 하이텔의 음악관련 동호회 중 큰 주류를 이루던
동호회 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알량한 사운드카드였던 애드립카드를 다루는 셈틀가락이라는 동호회가 있었고, 
미디동호회는 VIMS라는 동호회가 거의 주름잡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그 시절 셈틀가락의 운영진 중 한사람이었고, 당연히 VIMS에도 아는 사람들이 있었죠.
그런데 저 보다 먼저 음악이사님이 VIMS 얘기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 계시던
사장, 음악이사, 개발이사 모두 VIMS라는 동호회의 회원들이었죠.
맥주한잔 하려고 모인 다섯명 중 4명이 15년전 PC통신 동호회의 같은 회원이었다니, 참 세상 좁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꿈 많던 20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었죠.

입사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렇게 회사분들과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게
참 나도 금년엔 운이 좋을려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게했습니다. 그렇게 맥주로 시작한 분위기는 달아올라
예정에 없던 2차에서 소주를 마시게 되었고, 결국은 다음날 회사에서 시체놀이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개발자 입장이다보니 지금까지의 회사 생활 대부분을 SI나 어플개발사에서 보냈는데,
이렇게 음악을 하고 싶어했던 과거의 꿈과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 꿈과 매우 흡사한 이런 회사를
만날 수 있었다는게 정말 너무 꿈만 같고, 행복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박봉에, 야근 철야에 시달리는
개발자분들이 제 주변에도 넘쳐나는데 그런분들에게 죄송스러울 정도로요.
좋은 대학을 나오지도 못했고, 그래서 큰 대기업 같은 곳에는 이력서 한번 내밀어본적 없지만,
이렇게 늦게나마 어릴적 가졌던 꿈을 키울 수 있는 곳에서, 비록 음악은 아니지만, 음악인들과
함께 개발을 한다는게 저에게는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희 음악이사님은 dick k 라는 아이디를 쓰시는데 유명한 대중음악 작곡자이고,
기획팀의 이팀장님이란 분은 서태지와 같이 공연하고 그랬던 메탈그룹인 크래시의 리드기타를 하셨더랬죠.
아마 락음악을 좋아하셨던 분이시라면 아실만한 분일겁니다.
이런 멋진분들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는게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분들이시구요.

이렇게 글을 쓰는 지금 새벽 시간에도 옆 음악팀에서는 기타치고, 건반치고, 노래부르고, 드럼치고 있습니다.
소란스러우면 집중이 안되서 일도 잘 못했던 제가, 이제는 이런 소리들이 정겹기만 하네요.

이 글 보신 IT맨들에게 좀 죄송스럽네요. 이렇게 회사 자랑을 다 하는 제가 참 웃기기도 하구요.
회사 생활 8년 동안 이런 회사는 처음이라 제가 약간 들 떠 있는 것 같아요.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