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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1 일요일 선택의 갈등. 1박2일과 패떴 4
연예가중계2008. 12. 11. 10:32


평일 대부분의 저녁시간을 야근을 하며 보내면서 TV를 거의 보지 못합니다.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에 재미있는 프로그램 몇개를 골라보는데 그 중 놓치지 않고 봐왔던 프로그램이 바로 1박2일이었습니다.

1박2일의 재미가 정상까지 올라갔을 때, 넋놓고 봐왔던 탓인지 다른 프로그램에는 전혀 시선을 두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SBS의 패밀리가 떴다라는 프로그램이 신설되었고, 서서히 인기가 올라갈 때 쯤에도 저는 오로지 1박2일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그 어떤 프로그램도 1박2일의 아류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이 박히면서 다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는 딱히 재미를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고, 혹여나 시청을 못했을 경우라도 재방송을 꼭 봐야 속이 후련했을 정도입니다.

어느 날 패밀리가 떴다를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뭐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언제부턴가 1박2일은 네티즌으로부터 악평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백두산 등정기, 강호동의 왕따컨셉, 부산 사직구장 사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저의 고정관념을 서서히 변화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1박2일의 재미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일요일 오후가 되면 패밀리가 떴다를 시청하다가 1박2일이 방송되는 시간을 딱 맞춰서 채널을 돌리곤 했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시청을 하다가 저번주에는 아예 패밀리가 떴다를 끝까지 시청하고나서 1박2일 채널로 돌렸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1박2일을 처음 10분 정도를 못봐서 그런지 몰입이 잘 되진 않았지만, 뭔가 팡팡 터져줄 것을 기대하며 시선을 TV에 고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참 시간이 흘러도 저에게 미소가 지어지질 않았습니다. 일부러 웃으려고 준비하고 있는 제 자신이 잠깐 느껴지기도 했구요. 오히려 재미보다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부분까지 제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었지만 그 느낌은 1박2일을 여지껏 애청하고 있던 저에게 약간의 충격이었습니다.


녹도를 알린다며 몇몇 스탭과 홀로 남은 이승기의 플롯을 7일짜 방송분 끝까지 봤지만 아직 잘 이해를 하지 못했고, 이승기의 어부체험에서도 특별한 재미나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후 참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장면을 보며 1년이 넘는 야생생활이 이렇게 출연진들을 변화시키는구나라는걸 새삼 절감했습니다.


언덕꼭대기에 아침 식사를 차려놨다는 PD의 말에 저는 아침부터 미친듯이 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벌어지겠구나라는 고정관념이 들뜨게 했습니다. 뭔가 팡팡 터져주겠구나라며 잔뜩 기대를 했지만, MC몽 혼자 독주했고, 경쟁도 없었으며, 은지원은 그렇다쳐도, 음식에 대한 욕심을 항상 보여주며 재미를 줬던 강호동의 무기력한 모습에 시청을 하는 저 역시도 무기력함이 느껴졌습니다. 아침부터 삼겹살과 라면도 가리지 않고 먹는다던 강호동의 먹성을 TV를 통해 여러 차례 목격을 했고, 그런 장면 역시 강호동에 대한 고정관념을 하나하나 쌓아가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외연도에서의 모습은 우리 주변의 너무도 흔한 그냥 주변 사람이었습니다. 아침을 안먹는 사람도 많고, 편의점 같은 곳에서 대충 때우는 주변 사람들의 피로감에 쪄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일 뿐이었습니다. 웃음은 온데간데 없고, 사람사는건 어딜가나 비슷하구나라는 측은한 생각이 좀 들기도 했습니다.

꼭 미디어에서 뿐만 아니라 저 자신도 자꾸만 패밀리가 떴다와 1박2일을 비교하게 됩니다.
1박2일은 언제부턴가 출연진들의 소소한 행동과 멘트들이 아닌 짜여진 각본과 이슈에 따라 진행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꼭 복불복을 해야하며, 고스톱을 쳐야하고, 아침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재미를 찾는 그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물론 과거에도 그랬지만, 그때는 참신했고, 아침밥을 쟁취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출연진들에게서 큰 재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패밀리가 떴다는 초기 1박2일에서 보아왔던 재미를 다른 출연진들을 통해, 또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 중 하나는 이미 1박2일에서는 다 써먹어서 더 이상 보여줄게 없는 밥시간입니다. 밥을 하기 위해 재료를 구하고, 그 재료를 구하는 과정에서의 해프닝과 밥을 하는 과정 자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해프닝이 잔잔한 재미를 줍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패밀리가 떴다 역시 변화를 위한 어떤 장치가 필요할 것 입니다.

언제부턴가 1박2일은 최소한 먹을 것 만큼은 자급자족하지 않습니다. 대신 먹을 것을 다 준비해서 그것을 먹을 수 있느냐 마느냐를 놓고 내기를 합니다. 지난 혹한기대비캠프는 야생이 아니라 군대에서나 볼 수 있는 혹한기 훈련 그 자체였죠. 부대에서 공수해온 음식을 그냥 먹는 것 뿐이었습니다.

혹독한 환경에서 준비된 음식을 먹느냐, 아니면 편안한 환경에서 음식의 재료를 구하느냐의 차이가 지금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의 차이가 아닐까 싶네요.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의 팬들 중 어떤 프로그램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느냐 마느냐의 개인적인 취향 역시 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