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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07 번지 점프를 하다. 너무 울어 눈이 퉁퉁분 사연 16
난 이렇게 산다2007. 11. 7. 01:33

2001년 3월 10일 강변 CGV.

영화가 끝나고 저는 옆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자막이 올라가는 스크린을 뒤로 하고, 저와 저의 여자친구는 그렇게 극장을 나왔습니다.
입술을 악다물고 저는 아무말 없이 극장을 나와 지하철까지 왔습니다.

"왜 아무말도 안해? 영화 재미 없었어?"

"...."

"아이 왜 그래. 미안해. 재미없는 영화 보자고 해서"

"...."


울컥.

여자친구가 다그치는 바람에 참고 있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습니다.
지나는 사람들 많은 지하철 복도 한복판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제 여자친구가 오히려 안절부절하는 상황.
무슨 서러움에 한이 맺힌 사람처럼 저는 솓구치는 눈물을 감출수가 없었고,
제 눈물이 여자친구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2001년 3월 10일. 강변 지하철역에서 있었던 실화입니다.


영화 개봉 전에, 여러 평들이 이미 있었습니다. 나쁜평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영화를 보기전에 들어던 내용은 동성의 사랑이라는 표현이 나오지만,
그게 실제 동성의 사랑이 아닌, 애절한 사랑의 표현으로 녹아난 영화라는 평이라는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는 전혀 모르고 본 영화였습니다.

번지 점프를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태희야..
왜 어째서..
넌, 날 조금도 기억하지 못하니
난 널 이렇게 느끼는데.. 널 이렇게 알아보는데..."

이병헌의 연기에 눈물 참느라 죽을뻔한 대사 중 하나랍니다.

그때가 여자친구(지금의 와이프)와 사귄지 얼마 안된 시기였고, 나름 남자가 영화보고
눈물 찔찔짜는건 개인적으로 용서가 안되는 시절이었습니다.

몇몇 눈물을 참을 수 없는 그런 장면이 쌓이고 쌓였고, 영화가 끝나고
지하철 복도까지가서 여자친구가 다그치는 바람에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버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함에 어쩔 줄 모르게 했던 바로 그 영화를
오늘 다시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런 영화속의 애뜻한 사랑을 해본적도 없고, 영화 속처럼 다른 과에 다니는
여자애를 따라 MT를 가본적도 없고, 비를 피하기 위해 제 곁에 다가온 여자도 없었습니다.

사실 제가 살아온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그런 내용으로 초반을 장식하는 영화였지만,
이상하리만치 저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고, 거의 7년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본 것인데
다시 한번 제 가슴에 비를 내리게 하더군요.

이병헌의 순진했던 시절의 연기, 그리고 나이들어도 잊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그의 표현,
지금은 가고 없는 이은주의 정말 여자 친구를 처음 만났을때 같은 연기
여자 친구를 처음 만났다면, 아니면 내가 처음 만난 여자친구는 저랬으면 하는 바램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한 이은주의 잔잔한 연기...

그 모든게 영화에 집중하게 만들었고, 마치 내가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
그리고 마치 내가 슬픈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번지 점프를 하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사와 나레이션.

이번엔 여자로 태어나야지.
근데 나도 여자로 태어나면 어쩌지?
그럼..또 사랑해야지 뭐.

몇 번을 죽고 다시 태어난대도 결국 진정한 사랑은 단 한번뿐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랑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는 심장을 지녔기 때문이라죠.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거라고 당신이 말했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마지막 대사를 이렇게 포스팅하면서 다시 울컥함이 느껴지내요.

모르겠습니다. 저는 유난히 이 영화에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렇게 많은 눈물을 흐르게 한 영화가 많지 않았고, 이렇게 많은 눈물을 흐르게한 영화를

저는 번지점프를하다라고 얘기합니다.

유독 왜 이렇게 이 영화에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사실 제 경험을 얘기한 것도 아닌데, 제가 이 영화에 왜 이렇게 매료되었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추천 영화는 번지점프를하다 입니다.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