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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30 스쿠터에 시위용 번호판 달고 달렸습니다. 4
할말은하며살자2008. 5. 30. 10:07

장관고시로 인해 두배이상 많아진 대규모 인파가 종로에 모였는데, 야근을 하느라고 일찍 나가지 못했습니다. 피는 거꾸로 솟구치고, 시위에 동참해보고 싶은 마음에 제가 출퇴근용으로 쓰고 있는 스쿠터에 임시 번호판을 부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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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판을 이렇게 임시로 가리는건 불법이지만, 다행히 제 스쿠터가 50cc라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이걸 타고 강남에서 일산까지 질주했습니다. 제가 사람들 틈을 지나칠 때마다 웃음꽃이 피더군요. 당장 시위에 참가하지 못하신 분들도 어느 정도는 호응해주시는 눈치였습니다.

종로쪽으로 출발하기 직전에 친구한테 문자가 왔는데 을지로쪽에 시위 인파가 끝이 없다고 하더군요. 또다시 피가 용솟음쳐서 서둘러서 갔습니다. 이미 밤 10시쯤이었는데 종로쪽에 들어서니 차가 엄청 막히더군요. 시위하는 시민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리행진을 하면서 이미 종로쪽에서 빠져나간 것 같더라구요. 그래도 시위하시는 분들 사이로 껴보려고 둘러보다가 서대문 방향으로 길이 막혀서 광화문쪽으로 돌아가보니, 이순신 장군 동상쪽 광화문 4거리로 들어가는 입구를 통째로 틀어 막았더군요. 더 이상 시위대에 참여하지 마라 라고 소리치는 듯 했습니다.

신호대기만 하면 다른 2륜차 운전자들이 제 스쿠터를 보면서 웃음띤 모습을 보여주셔서 기분좋게 집까지 왔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나, 왜 그렇게 수많은 인파가 모여 반정부 시위를 하고 있어야 하나.. 이런것만 생각하면 답답해서 어디에다가대고 소리라도 한번 크게 질러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시민들의 목숨을 그렇게 많이 앗아갔어도 이렇게 전국민을 통째로 위기에 몰아넣었던 정부가 있었나? 라는 생각만 하면 숨이 턱턱 막힐지경입니다. 이렇게 매일같이 시위를 한다해도 뭐가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현 정부의 꼬락서니를 보면 오히려 권력만 더욱 남용할거라 예상이 됩니다. 과거보다 더 큰 위기가 올지도 모를 것 같구요. 하지만, 지금은 제 작은 힘 하나라도 보태주고 싶습니다. 이미 초토화되어 폐허가 된 이 나라에서 제가 할 수 있는게 거리로 나가 소리치는게 전부라는게 답답하고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