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산 은행'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8.13 돈 없다고 부동산에서 괄시받기를 4년... 1
난 이렇게 산다2007. 8. 13. 09:36

이제 결혼 4년차 부부 입니다.

저는 휴학 몇번하고 군대다녀와서 일년 더 휴학하고 학교 졸업하니, 학교를 8년 다녔네요.

99년 만나 4~5년 연애 후 2003년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 몇개월 전에 전세를 잡아야 했는데

제가 안쓰고 모아둔 돈이라고는 2500... 서울 어디를 가도 사람답게 살만한 곳을 찾기 힘든 돈...

처가댁에서 천만원을 보태줘서 싼집을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역시 갈곳은 강북쪽 그 중에서도 처음 자리 잡은 곳은 응암동이었죠.  여기 저기 알아 봤지만

지하 혹은 반지하의 곰팡이 냄새 솔솔 풍기고 습기찬 곳이 대부분이더군요.

구하다 구하다 어렵사리 2층짜리 다세대의 2층을 얻었습니다. 그 돈에 그래도 16평 가랑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집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비가 오니 비가 여기저기 줄줄세고... 와이프는 임신해서 배가 남산만한데

반지하의 할머니가 가끔 올라와서 헛소리 픽픽 해쌓고 소리 꽥꽥지르고... 와이프가 울더군요...

경사는 30도 이상되었고, 거의 산의 정상이었습니다. 같은 고도에서 옆으로 50미터가랑 가면 절이 있더군요.

겨울에 눈이 오면 도저히 걸어내려 갈 수 없을 정도...배가 남산만한 와이프는 아예 집밖으로 나오질 못했죠.



그래도 신혼, 첫 집을 구했던 상황이라서 그랬는지, 여러 부동산에서 친절한 편이었습니다. 어려운 사람에게

보내는 동정이 눈빛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집을 구한 그 부동산의 할아버지는 역시

계약서도 대충대충, 집주인이랑 계약한게 아니라 집을 몇채씩 가지고 있는 사람의 대리하는 아저씨랑

계약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고, 경험이 없던 저희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안고 어떻게 2년을 살았습니다.



2년 계약기간이 끝나갈 무렵 두번째 전세를 얻기 위해 안쓰고 모은 5천을 가지고 다시 여기저기 집을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양가의 중간지점을 택해야 했고, 이번엔 비도 안새는 사람 살만한 집을 구해보자는

생각으로 망원동 쪽 여기저기 부동산을 찾았습니다.

5천을 얘기하면 아예 쳐다보지를 않더군요. 농담하느냐는 조소를 띄우는 부동산도 많았습니다.

도저히 갈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은행빚을 지고 6~7천을 생각하고 부동산을 찾으면

집을 알아봐주기는 하는데 전에 살던 곳보다 더 작은 집이 태반...

강북최전방에서 밑으로 살짝 내려왔다고 이렇게 집값이 차이가 나나... 허탈해 하다가 처가댁을 방문했더니

처가댁 작은 집의 도움으로 비교적 그 돈에 구하기 힘든 단독주택 전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2년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25년 이상된 집이라서 방열이 전혀 안되고, 겨울에는 거실에서 얼음이 얼고,

기름보일러를 떼는 환상적인 집의 구조...겨울철에는 보름에 기름값이 18만원 나오는 환상의 난방비...

추위에 딸아이를 도저히 씻길 수 없어서 항상 처가댁가서 씻겨오기를 2년....

이제 이런 곳 좀 벗어나서 정말 좀 사람답게 살아보자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지금 가진돈으로 도저히 사람답게 살곳은 없다는 판단하에 처가댁이 있는 일산을 찾았습니다.

이번엔 밑에 층에서 미친 할머니가 올라와서 소리 지를 일도 없고, 경사가 30도 이상 되는 곳을 오르지 않아도

되고, 겨울에 아기 씻기기 위해 다른 집을  찾아야 할 필요도 없는 아파트를 잡는거다 라는 생각이었죠.

일산엔 아직도 좀 싸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싼 아파트가 좀 있기 때문에 일산을 찾았습니다.

은행빚을 가뿐하게 지고 1억짜리 전세를 찾을 생각으로 부동산을 방문했더니

와이프가 가뿐하게 사모님이 되더군요. 저는 사장님이 되었습니다.

처량하게 쳐다보고, 손님이 와도 본척 안본척 그러던 부동산에서

1억을 얘기하니 바로 사장님, 사모님으로 존칭하더군요.

몇년 후에 더 많은 돈을 가지고 부동산을 방문했을 땐 커피나 깎은 과일이 나올지도 모르겠더군요.

역시 돈이 좋기는 좋은가 봅니다...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