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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3 '형 그러다 잡혀간다' 1
할말은하며살자2009. 1. 13. 09:59



'형 그러다 잡혀간다'

제가 블로깅 하면서 농담식으로 주변에서 참 많이 듣는 얘기입니다. 자주 찾는 카페에 펌글을 올려놓는다던가, 제 글이나 최근 기사들을 링크 시켜놓는 일이 많습니다. 카페 회원이 꽤 되는 카페라서 많이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제가 그렇게 활동을 하면서 주변에서 참 많이 듣는 말이

'형 그러다 잡혀간다' 라는 말 입니다.

작년 대선 때 몇몇 블로거들이 실제로 잡혀갔다는 기사와 글들을 보면서 저 역시 조마조마 했었드랬죠. 세월이 약인지라 한동안 잊고 있었고, 잡혀간다라는 말도 한동안 안듣고 있었는데, 요즘 들어 다시 듣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언제나 힘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 손해를 입으며 살아왔는데, 미네르바의 구속 소식은 이런 약자에게 또 하나의 족쇄를 채우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4공, 5공때 참 웃지못할 이유로 많이들 잡혀갔었죠. 물론 제가 사회를 모를 나이였을 때이기 때문에 전부 들은 얘기이지만, 책을 봐도 잡혀가고, 노래를 불러도 잡혀가고, 대통령 욕을 하면 잡혀가고, 아무것도 안했는데 잡혀가고...
훗날 알게된 삼청교육대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죠.

당사자 분들에게는 악몽을, 일반인들에게는 마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듯한 잡혀간다는 말이, 영화에서나 봄직한 그런 말이 지금은 몸으로 느껴지는게 저 뿐만이 아닌 줄로 압니다. 

한나라당이 쟁점 법안으로 상정하고 있는 법안 중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 폐지, 휴대전화 감청 확대 기반 마련, 집회시 복면착용 금지, 신문 방송 겸영 허용, 사이버 모교죄 등을 보면 당장 머리속에 떠오르는 건 영화 몇편과 잡혀간다라는 이미지 뿐 입니다. 효자동 이발사, 실미도, 스카우트...



5공 때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참 많은데, 대부분의 영화에서 '잡혀간다'는 컨셉이 녹아 있습니다. 그 시절에 대학생의 신분도 아니었고, 사회생활을 했던것도 아니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그 시절은 참 힘들었고, 많이 잡혀갔다는 이미지가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많은 영화들이 제 머리 속에 그때 그 시절의 느낌과 감성을 심어놨겠죠.

그런데 20년도 더 된 지금, 민주주의가 꽃 필만 하겠다 싶을 이 시점에 '잡혀간다'라는 과거의 감성이 제 온몸을 휘감아 돌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상정하고 있는 쟁점 법안이 온나라를 시끄럽게 한게 몇일이나 됐다고, 같지 않은 이유로 일계 서민을 범법자를 만드는 이 사회를 보면서 현 정부의 과거 회기본능에 치가 떨릴 지경입니다.

미네르바의 구속 조치를 보면서 이젠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잡아가는 정부'를 자처하고 나선 이 정부에 바라는건 정말 눈꼽만큼도 없지만, 이렇게 블로그라는 개인적인 공간에 쓰는 글 마저 부담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현실은 개탄스럽기만 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잡아갈까요? 아마도 5공 때보다는 확실히 많이 잡아갈 것 같습니다. 잡아갈 사람의 인적 정보를 취하는 방법도 훨씬 편해졌고, 잡아갈 사람을 선별하는 방법도 과거보단 명확하고 쉬우니까요.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