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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30 달팽이 식당 (Rinco's Restaurant, 2010)
블로그이야기2011. 3. 30. 00:00

도미나가 마이 감독이 연출, 후쿠하라 마리(Mari Fukuhama)의 링고? 린코? 하면서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음악으로 마치 동화의 한장면을 연출하지만, 싸이코 드라마의 냄새가 풍긴다.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것과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편집이 무슨 연관이 있겠냐만 정적인 일본 영화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한가지 다행인 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


만화였다면 이해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을 품게 만드는 첫 장면. 그 나라의 사고방식일지도 모르겠지만 왠 거지소녀가 무엇을 캐기 위해 땅을 파는지 알 수 없었고, 밭 같지도 않은 불모지에서 땅 좀 파기로서니 도둑이라 여기고 삼지창을 들고 냅따 찔러버리려는 저 자세를 연출한 감독이 어떤 의미심장한 의미를 담고 저지른 연출인지 알 수 없지만, 저 거지 소녀는 삼지창 아줌마의 딸이었다. 


요리에 꿈을 안고, 요리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특별한 소녀의 이야기에 저 디테일이 돋보이는 가슴산은 일단 만행이라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 나서도 도대체 꿈 많고 순수한 요리하는 소녀와 저 가슴산의 연관성에 대해 골몰하였으나 다만 모골이 송연할 뿐이었다. 저 가슴산이 정겨운 마을을 표현하기 위함인건지, 엄마의 푸근함을 뜻하는 것인지, 요리는 여자가 해야한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놈의 디테일 때문에 다 망했다. 내린 결론은 <야한 장면이 분명히 나올 수도 있다 그러니 지겨워도 끝까지 봐라>를 노린 강태공 감독의 노림수로 판단했다. 그러나 영화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하다.


종종 이런 어마어마한 감독의 표현력을 엿볼 수 있는 동화 같은 장면이 등장한다. 주인공 노리코의 큰 꿈을 약간은 과대하게 표현해 중간중간 영상의 미학을 주고는 있지만, 동화가 아닌 싸이코 드라마 분위기가 연출된다. 후쿠하라 마리의 음악과 함께 이 이상한 연출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가끔 등장하는 이 연출이 보는이로 하여금 혼란을 야기한다. 노리코를 이렇게 표현해야만 요리사의 특별한 능력을 부각시킬 수 있었나보다 라며 내리 짐작한다.


드디어 요리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먹는 장면이다. 
선한 역할로 등장하는 이 아저씨를 처음 봤는 때 난 무서웠다. 착한 소녀를 어디 어두운 곳으로 데려갈만한 인상을 주었지만 착한 아저씨로 등장한다. 직업은 건축가가 분명하다. 허름한 헛간을 식당으로 변신시킨다. 노리코가 해준 카레밥을 먹고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길래 엄청난 맛의 카레인 줄 알았지만, 집나간 부인 생각에 흘리는 눈물이었다며 반전을 가한다. 한국과 일본의 식문화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최소 반찬이 다섯가지 이상되어야 반찬투정 안하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교하면 일본 사람들은 엄청 착하다. 반찬 없이 밥만 먹는다. 반찬이 아예 없다. 뭔가 허전했는지 물 한컵은 같이 준다.


이 소녀가 해주는 밥만 먹으면 꿈이 이루어진다. 어느 날 마트에서 만난 중딩 동창이 예약을 하고 친구 여섯명을 데려와 놓고 빵에 벌레를 쑤셔넣는다. 그리고 빵에 벌레가 나왔다며 <유감일세 친구> 하며 나가버린다. 나중에 이 친구는 죄책감에 고백한다. 내가 벌레를 넣었다고. 왜 넣었냐면 <노리코가 식당 차린게 싫다> 였다. 그런데 이 친구는 십수년 만에 마트에서 우연히 만난 동창이었다. 십수년만에 처음 만났고 노리코는 얼굴 보고 누군지도 몰랐는데 뭐가 그렇게 부러웠는지 식당을 망하게 하고 싶었나보다. 일본은 식당주인의 위상이 마트판매원보다 월등히 높다는 걸 예측할 수 있는 장면되겠다. 


후반부 엄마와 돼지타는 장면이다. 이 <돼지타기>의 디테일에 또다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정말 살아있는 돼지를 탄 것 같은 디테일을 보여준다. 풍차처럼 돌아가는 돼지꼬리와 함께보이는 돼지사태의 살아있는 디테일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위의 디테일과 디테일이 만나니 르네상스 시대의 한폭의 유채화가 떠오를 지경이다. 이번에는 돼지사태와 가슴산이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는지 나름 따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돼지 젖은 일곱쌍이니 돼지 젖을 말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돼지고기는 여자랑 먹어야 한다는건지, 돼지는 사실 훈련시키면 날 수도 있다라는건지 모르겠지만 진위는 파악하지 못했다. 

제목처럼 노리코가 운영하는 식당의 이름이 달팽이 식당인데 왜 달팽이어야만 했는지는 2편이 나온다면 알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요리 영화의 특성이 제대로 살아났기 때문에 음식을 하는 장면, 먹는 장면, 그리고 동화 같은 여러 연출이 충분히 재미를 주고는 있지만, 플롯이나 편집 때문에 중간 중간 맥을 끊고 있다. 그래서 제 점수는요.

재미가 있었으니 83점.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