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은하며살자2008. 10. 2. 11:05


탱크 앞에서의 퍼포먼스에 많은 분들이 박수를 치시네요. 그의 그릇된 생각보다 젊은이로써의 나서서 행동할 줄 아는 자세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있죠.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딱 그거 한가지 입니다.

대부분 종교적인 문제로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연간 750명 정도라는군요. 그 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중에 강의석군이 이번에 크게 뜰 수 있었던 것은 군대를 없애버리자는 식의 젊은이다운 혈기를 보여줬기 때문인 것 같네요.


군대가 꼭 필요하냐구요?
그렇게 물어보신다면 대답은 네. 입니다. 이미 군대의 존재 이유와 타당성, 국가간의 무력, 경제적 대립 등 아주 기본적인 사회 정세만 이해해도 답은 뻔한거고, 이미 이에 대한 내용은 많은 분들께서 올려주셨네요. 쇠귀에 경을 자꾸 읽게 하는 것 같아서 이 내용은 생략하구요.

한가지 궁금한건 왜 양심적 병역 거부자나 강의석군 처럼 병역을 기피하는 분들이 꼭 군대가기 바로 전에 저런 행동을 할까 입니다. 법과 사회 통념을 깨어버릴 정도의 신념이라면 어릴 때 부터라든가, 사춘기라든가, 대학생이 되어 사회 물정을 조금씩 알게 됐을때라던가, 아니 어릴 때더라도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의 얘기를 들은 적도 있을텐데 왜 하필 군대가기 바로 전에 그런 퍼포먼스를 할까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고등학교때는 입시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 치자구요. 
대학생이 되어 OT가고, MT가고, 여자친구 만나고, 술먹고, 담배피고, 당구치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생활하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왜 군대 가기 바로 전에 갑자기 너무나 양심적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군대가면 사람된다던데, 군대는 군대 가지도 않은 사람에게도 사람 만드는 힘이 있는걸까요?

또 한가지 이해가 안되는게 있는데, 강의석군 배에 큼지막하게 그려넣은 군대 꼭 필요해? 라는 말 자체가 군대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 아닌 신병교육 1개월만 마친 병특 나온 분들도 이해하기 곤란한 멘트라는 겁니다.
국군이 24시간 나라를 수호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전쟁이 날 확률은 극히 미약합니다. 제가 군대에서 허구헌날 했던게 작계5027 워드치던건데 아주 지겹고 피곤해 죽는 줄 알았어요. 한번은 삼각지쪽에 있는 한미연합사에 한달간 파견을 간적이 있습니다. 을지훈련이던가? 뭔 훈련이다 해서 전쟁시뮬레이션을 미국군인들이랑 같이 한달을 했었죠. 뭐 저야 병사니까 간부가 시키는 대로만 한거지만.........
10년이 훨씬 넘은 옛날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제가 있던 강원도 화천쪽은 10분 안에 전멸 당하더군요. 한미연합사에 가기 전에 1군사령부에 잠깐 들르게 됐는데 저랑 같이 갔던 간부따라갔다가 작전회의하는 큰 강당에서 1군사령부의 작계5027도 경청해보고... 뭐 나중에 알고보니 제가 있던 부대가 하는일은 그 지역을 5분간 사수하는 거라더군요... 5분..... 5분 이상 끌면 성공한거랩니다. -_-;;;

갑자기 제 군대얘기가 나왔는데, 아무튼 군대가 꼭 필요한것과 강의석군이 군대 안가겠다는거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걸까요? 군대는 포탄이 날라다니는 전쟁터가 아니예요.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전쟁 날 가능성도 매우 낮구요. 지금 당장 강의석군이 군대를 안가겠다고 나체쇼를 해도 군대는 돌아갑니다.

군대에서도 친구도 있고, 사랑도 있고, 우정도 있고, 먹을 음식도 있고, 술도 있고, 책도 있고, 요즘은 인터넷도 되고, 일요일은 쉬고, 축구도 하고, 족구도 하고 강의석씨가 필요하다면 공부도 할 수 있어요. 가끔 받는 편지는 e-mail 10000통 보다 더 큰 기쁨을 줍니다.
다 똑같이 사람 사는 사회예요. 단지 위계질서가 이 사회보다 조금 더 강력하다는게 차이점이예요. 그런면이 체질에 맞는 사람들이 종종 있고, 이런분들은 흔히 말뚝 박는다고 하죠.
아마도 여러 의미를 담아서 군대가 꼭 필요하냐라는 말씀을 하셨을텐데  왜 이렇게 멀쩡히 사람사는 곳을 향해 격멸의 눈빛으로 가증스러운 말씀을 하시는지 납득이 되질 않네요. 법을 전공하시는 분이라서 그런가요? 이미 사회적인 레벨루를 몸에 체득하고 있는건 아닌가요? 군대라는 낮은 계급의 사회에는 그 고상하신 몸을 들여놓기가 껄끄러우신가요?

왜 꼭 군대가기 바로 전에 생쇼를 해서 병역을 피하려고 하는건가요? 쇼를 하면 모업체에서 영화할인권이라도 준답니까? 딱 군대가기 바로 전이 아니라 생각이 있었다면 조금 더 일찍 할 수도 있었고, 군대에 가서도 할 수 있거든요? 왜 법을 어기면서까지, 그것도 사회적인 통념까지 무시하면서까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법을 전공하신다는 학생이 이런 행동을 했을까요? 나중에 검사 판사되서 병역 기피자에게 형량을 쥐어줘야 할 분이 말이죠.

이 나라가 중동의 몇몇 국가처럼 전쟁으로 인해 총탄이 쉭쉭 날라다니는 사회라면 어땠을까요?
내전으로 온나라가 쑥대밭이 된 나라였으면 어땠을까요?
전두환이 막 잡아다가 삼청교육대로 보내던 시절이었으면 어땠을까요?
이 사회가 남녀가 똑같이 군복무를 하는 이스라엘과 같은 사회적 통념을 가지고 있다면 어땠을까요?

강의석군. 당신은 이런곳에서도 나체쇼를 할 수가 있었을까요?
이런 사회에서 과연 연 750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젊은이가 병역을 기피했을까요?


다른 나라가 어떤든, 강의석군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정말 살기 좋은 사회라는걸 다시한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