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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18 스트릿파이터의 16년전 아련한 추억 7
난 이렇게 산다2007. 10. 18. 22:21

[Flash] http://dory.mncast.com/mncHMovie.swf?movieID=10006728320071018092735&skinNum=1



스트릿파이터 4탄의 제작 발표를 스타일리쉬한 영상으로 표현했네요.
스트릿파이터3탄을 마지막으로 하겠다던 캡콤의 발표를 뒤엎은 발표네요.

제 기억으로 그러니까 16~17년전 고등학교 2학년때 스트릿파이터2가 슬슬 오락실을 장악하더니
제가 고3이 되었을 때 거의 우리나라 전역의 오락실에 대부분 비치가 됐고,
십여대가 넘는 기계를 보유한 곳도 많았습니다.

오락실주인은 경쟁심을 유도하려는건지, 싸움을 방지하려는 건지 기계의 등을 붙여놓고
사람이 마주보고 앉아서 게임을 즐기게 했었죠.

학교에 가면 이미 학교가 아닙니다. 학교는 대련장이었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대련장의 스릴넘치는 단발마들

"아조오겐~"
"아도도도오겐~"
"오류우겐~"

보통 겐으로 끝나더군요.

여기저기서 오류우겐 하면서 하늘높이 솟구치는 친구들과
아조오겐~의 장풍을 맞은 것처럼 강한 리액션을 하며 쓰러지는 친구들...
어저깨는 50원으로 상대방 2천원어치 쓰게 했다는 둥 뭐 온동네가 스트릿파이터 얘기였습니다.

오락실에 발을 디디면서 이미 게임을 하러 왔다는 의미보다 가슴 깊은 곳에서는
남자의 본능을 표출하겠다는 양 의기양양하게 마치 실제 대련장에 들어가는 듯한 당당한
걸음으로 어디 자리 있나 살펴보았죠.

하지만 언제나 빈 자리는 없고, 지가 먼저 하겠다고 조이스틱 옆에다가 돈을 수북하게 쌓아놓는다던가
미리 돈을 많이 기계에 넣어두고 기다렸죠.

가끔 발디딜 틈도 없이 학생들이 꽉 둘러쌓인 경우도 있었는데, 저게 과연 인간의 손놀림이란
말인가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의 엄청난 괴력을 드러내며 퍼팩으로 아작내버리는 도사도
가끔 있었죠. 그 스트릿파이터의 일인자를 꺾어보려고 동전은 계속 들어갑니다.

한참 공부할 때인 고등학교 3학년의 나이에 도저히 공부는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머리속으로 이미지트레이닝에 열중하며, 손에 쥔 볼펜이 마치 조이스틱인양 오류우겐의 기술을
연마했었습니다.

저는 노량진의 한샘학원을 다녔었는데, 일찍 학원가서 늦게 귀가하는 형태가 반복이 됐었죠.
한샘학원 좌측으로 오락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었는데, 좌측 첫번째 가게에 성능 좋고,
조이스틱 감 좋은 스트릿파이터 기계가 많이 있었고,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보통 켄과 류를 많이 하는 반면에 저는 춘리와 장기에프에 통달해 있었죠.

먼저 시작한 케릭터는 춘리였고, 춘리의 목감고 던져버리는 기술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뭐 몇초만에 게임오버를 이뤄내곤 했었죠. 반대쪽에선 짜증난다는 투의 투덜거림이 살짝 들려오구요.
초기에는 춘리를 하는 게이머가 많지도 않았고,
사람들이 잘 하지도 않는 케릭터로 계속 이겨대니 나름대로 어깨가 으쓱했다고나 할까요?
제가 게임하고 있으면 나름대로 사람들 좀 끌어모았었습니다. ^^V

하지만, 기본기가 강한 켄과 류의 도사들이 등장하면서 춘리가 속수무책으로 어이없게 당해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을 했고, 다른 케릭터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을 할때쯔음

누군가가 장기에프라는 러시아레슬러 케릭터로 순식간에 게임오버 시켜버리는 장면을 목격.
그대로 장기에프에 올인했고, 나름대로 또 어느 정도 수준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연속기는 약하지만, 케릭터 중 가장 강한 한방인 스크류드라이버가 한대 들어갈라치면
피가 거의 절반이 달고, 상대방은 거의 좌절모드에 빠지고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죠.

시작하자마다 한번 돌려주고, 붙으면서 발로 툭 건들고 다시 한번 돌려주면 게임 오버.
자빠져 있는 상대방 케릭터가 일어날 때도 한번 돌려주고, 급기야 쌍욕까지 듣게 됩니다.

오락실에서 거의 이길자가 없이 혼자 독식하던 게이머를
장기에프의 필살기로 몇번 돌려서 끝내버리면, 그 희열이 몸으로 전달되어
손이 바르르 떨려서, 창피한 기분에 조이스틱을 더 꽉 잡고 그랬었죠.

상대방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희열은 비례했죠. 이기고 나면 손이 막 바르르 떨려서
어린나이에 수전증이 왔나싶었습니다.

거의 절정의 경지에 도달해서 당할자가 없을 무렵
스트릿파이터는 게이머의 인기를 등에 업고 세퇴하기 시작합니다.

버그를 이용하는 게이머의 난립과 완전히 쓰레기를 만들어버리는 패치가 큰 이유였죠.
지금의 온라인게임처럼 문제가 생기면 즉각 고칠 수가 없는 오락실의 기계들이라
상당히 심각한 버그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버그로 인해 스트릿파이터의 인기몰이는
차차 사그러지게 됩니다.

베가의 버그도 있었지만 심각한건 아니었고,
가일의 버그가 가장 심각했는데, 한대 때리고, 거꾸로 치고, 타닥 하면 한발로 서서 아무것도 안하고
상대방도 때리지도 못하는 일명 '학다리 버그'.

하지만 이것보다 더 심각한건 그림자 던지기 라는 기술. 일단 상대방이 넘어지면 반대편을
바라보고 계속 짚어던지는 기술...

이런 각종 버그의 등장으로 스트릿파이터2의 인기가 전같지 않자 이상한 패치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임의로 개조되어버린 스트릿 파이터...
혼다가 장풍을 쏘고, 케릭터들이 변신을 하고...

[Flash] http://dory.mncast.com/mncHMovie.swf?movieID=10007819820070508154716&skinNum=1


개조의 개조가 되면서 막장으로 치달았던 스트릿파이터2...
위의 동영상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패치도 많았습니다.

심각한 수준의 패치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많은 스트릿파이터 유저가 빠져나가게 됐고,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인기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후 ex, ex2, ex alpha 등 3D로까지 변모한 스트릿파이터...

스트릿파이터의 인기를 등에 엎고, 수많은 아류작의 등장과
스트릿파이터 이상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여러 대전격투게임이 쏟아지면서
점차 스트릿파이터는 사람들이 기억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KOF, 사무라이쇼다운, 버츄얼파이터, 철권....

하지만 스트릿파이터의 새버젼이 오락실에 출시될 때마다
고정팬들은 여전히 있었습니다.

조이스틱의 조작 기술을 많이 이용하는 스트릿파이터의 특유의 맛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스트릿파이터는 주된 전략이 조이스틱의 조작과 절묘한 타이밍에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심리전.
그리고 조이스틱과 버튼의 조작에 딜레이 없이 즉시 반응하는 케릭터들이 특징이죠.

버츄얼파이터는 이 조작감이 좀 많이 떨어집니다. 3D케릭터의 특성인지 모르지만,
스트릿파이터는 3D로 출시되었을 때도 그 특유의 시원한 조작감은 그대로였거든요.

철권 같은 경우는 버튼의 절묘한 타이밍으로 이어지는 연속기가 인기의 비결이었는데,
조이스틱의 조작에 많은 재미를 봤던 저 같은 사람은 몰입이 잘 안되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에 스트릿파이터4의 개발발표, 그리고 스타일리쉬한 동영상에
다시 한번 많은 기대를 하게 되네요.

이미 오락실보다는 게임방을 많이 찾는 요즘 학생들이 과연 오락실에 스트릿파이터4가 비치됐다고
사람들이 많이 찾을지...

세상이 너무 바뀌어서요....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오락실에서 손이 바르르 떨릴 정도의 희열을 맛볼 수 있었던,
마치 무도가가 된양 어깨 으슥이며 오락실에 들어서면 마치 나를 나 쳐다보는 듯한 느낌.

이젠 느낄 수 없는
그런 느낌이, 그 시절이 참 그립네요.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