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렇게 산다2008. 8. 19. 13:20

  회사에서의 점심 시간은 항상 갈등의 시간입니다. 일단 건물에서 빠져나오면 도보에 직원들이 둘러모여 어디를 갈지 고민합니다. 저 식당은 조미료 맛이 강하고, 저 식당은 괜찮은데 너무 자주갔고, 저 식당은 너무 비싸고... 모두들 한마디씩 던집니다.
  어느 날, 회사 옆 건물에 구내식당이 있다는걸 알고나서 그 구내식당을 종종 찾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나와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바로 구내식당이라 거리도 가깝고, 메뉴가 매일 바뀌니까 무엇을 먹을지 걱정할 필요도 없고, 4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점심 한끼를 멋드러지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점심시간도 많이 줄어서 개인시간도 늘었습니다.
 
  이제 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건 평상적인 일과가 되어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구내식당을 찾았습니다. 이 곳은 친절하게도 샐러드를 셀프로 퍼먹을 수가 있어서 오늘도 여지없이 잔뜩 퍼왔죠. 그런데 드레싱소스에서 슬금슬금 뭔가가 기어 올라오더니 급기야 잘게 썰은 양배추 꼭대기 위까지 올라와 사방을 두리번 두리번 살피는 뭔가가 발견되었습니다.



앙증맞게 생긴 애벌레가 마치 히말라야 정상에 오른 듯 자랑스럽다는 듯이 온몸을 휘젓고 있었습니다.
직원 중 한사람은 와 살아있는 벌레를 보니 밥맛까지 떨어진다는 소리를 하는 반면, 여기저기서 농담섞인 어조가 튀어나옵니다.

"와 진짜 유기농이다"
"와 이 식당 야채에 정말 농약 안쓰나보다"

저 역시도 와 이 식당밥은 정말 안전하게 먹을 수 있겠구나 하며 동영상을 찍고 있는데, 식당 직원분이 휙 빼들고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농약을 적게 서야 한다는 법률이 강화되서 이런일이 생긴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죄송하다는 말씀을 연거푸 하셨지만, 저를 포함해 다른 분들도 살아있는 벌레를 보면서 더 환영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드링크제 하나를 가져다 주시더라구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충하초.................
100% 실제 상황입니다. 또 다시 같이 식사하는 직원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집니다.
애벌레가 동충하초로 업그레이드 됐다는 둥, 이 동충하초 드링크제는 저 애벌레로 만든다는 둥 하며 식사자리에 큰 웃음이 잠시 번졌습니다.

애벌레, 그것도 살아있는 애벌레가 나와서 깨끗한 야채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반면에 그렇다고 해도 한번 더 신경써서 야채를 씻었으면 이런일이 안생겼을텐데라는 아쉬움도 약간은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이런 애벌레가 음식에서 나왔다고 반가워하게 된건지 모르겠네요.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