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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 아버지 氣 꺾는 ‘얼치기 여성부’
입력: 2006년 03월 03일 18:06:06
여성가족부는 최근 ‘부처 약칭을 여성부 대신 여가부라 불러달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여가부’라 하면 여가(餘暇)의 의미로 혼동될 가능성이 있어 망설였지만, 가족정책 업무를 하는 부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약칭을 그처럼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름은 당사자가 불러 달라는 대로 부르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뉘앙스가 부드럽지 않은 이름까지 지으면서 강조하고자 하는 가족정책 업무가 뒤틀려 있다.

지난 2일 여가부는 ‘자녀 중 93.5%는 지난 한달간 아버지와 영화도 한번 안 봤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 자료를 본 많은 남자 기자들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보도자료 속에 묘사된 아버지가 자신을 지칭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부끄러움은 얼마 후 여가부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다. 자료가 의도적으로 왜곡돼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응답자들은 ‘아버지’와 영화를 안 보는 게 아니라 ‘부모’와 영화를 안 본다고 답했는데 ‘부모’를 ‘아버지’로 바꾼 결론이었다.

자료에는 또 자녀와 놀아주는 아버지가 7.7%에 불과하다고 돼 있으나 이 역시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놀아준다’는 응답을 빼고 계산한 수치였다. 기자는 “왜 보도자료의 수치가 실제 조사 결과와 이렇게 다르냐”고 물었다. 이에 여가부 관계자는 “아버지의 소홀함을 부각시켜야 가정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아버지의 기’를 죽여야 가족정책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지만, 그처럼 ‘인위적 왜곡’을 한 조사 자료를 버젓이 사실인 양 국민 앞에 내놓는 그 배짱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김준 사회부 기자 jun@kyunghyang.com〉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