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은하며살자2007. 10. 23. 18:18

CD는 소장가치가 없습니다.

CD안에 담긴 내가 좋아하는 그룹이나 가수의 곡을 소장하고 싶을 때
그때 소장가치가 생기는 것이죠.

오프라인 시대에서 온라인 시대로 넘어오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디카 같은 마치 중간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물건들도 있죠.
과거 사진을 찍고, 인화를 해서 추억을 담고 있는 좋은 사진들을 우리는
소장해왔습니다. 나머지는? 뭐 은근슬쩍 버려지는 사진들도 많았죠.
지금은 찍고, 보고, 건질건 건지고 나머지는 바탕화면의 휴지통 행입니다.
디지털화 되면서 거쳐야만 했던 중간과정과 시간이 제거되어버렸습니다.


결과만이 중요시 되는 디지털 세상

mp3와 mp3 player의 등장으로 마치 디카처럼 그 중간과정을 우리는
너무도 잊어버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멋진곳을 찾고, 구도를 잡고, 빛을 조절해서 이쁘게 찍는 이 사진을 만드는 과정에 비해
음반을 만드는 그 과정은 훨씬 험난하기만 합니다.
스튜디오를 구해야 하며, 프로듀서가 있어야 하고, 곡을 쓰고, 가사를 쓰고
연주인들이 모여 반주를 하고 노래를 하고, 편곡과 편집, 벨런싱 등을 맞춰
곡을 만들고, 음반 발매를 위해 발매 업체를 구하고 돈을 들여 프레싱 해야
CD한장이 만들어집니다.
만들어진 음반은 마케팅을 해야 그나마 좀 알려지고, 뮤직비디오를 찍고,
TV에 나와 음반 광고를 또 합니다. 그래서 잘 팔리면 1~2만장?
이게 최근 현실이죠.

그 음반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상품으로써의 가치, 내가 좋아하는 그룹이나  가수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당연스럽게 CD음반을 사고 음악을 듣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음반을 산다고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솔직히 극히 적습니다.
지금 젊은이들 많이 모이는 어떤 곳을 가도 음반매장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성의있는 분들이 아직도 음반을 산다고 할까요?

그리고 음악을 듣는 이용자들의 니즈가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단지 듣는게 아니라
싸이월드나 블로그 같은 곳 같은 나만의 공간에 어노테이션할 한가지 요소로써도
많이 쓰이게 되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만 통용되던 음악은 그 어떤 상품이나 미디어보다 디지털화되어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만 통용되던 시절을 생각하면 사용자의 니즈를 따라 올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여기서 또하나 거의 완벽히 디지털화된 컨텐츠를 하나 더 들여다봐야 합니다.

바로 영화 입니다.


영화는 시장이 다릅니다.

디지털화 되었다는건 파일로 쉽게 변환된다는 것이고, 이미 초고속망이 전국에 깔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파일 공유란 막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영화와 음반은 다릅니다. 똑같이 디지털화 되었지만, 사용자의 니즈는 영화와 음반은
극히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바로 시각과 청각의 차이죠. 영화는 극장을 가서 거대한 스크린으로 감동을 느끼는게
주된 사용자 니즈입니다. 하지만 음반은 초소용 미니기기로도 충분히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초소용 미니기기를 전부 불싸지르자라는건 어불성설이겠죠.

그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 것들이 DRM같은 보안이 가미된 미디어입니다.
하지만 대안은 대안일 뿐이지요.

결국 현실의 문제로 다시 뒷걸음치게 됩니다.
단지 듣는 음악이 아닌 컨텐츠로써의 역할도 같이 할 수 있는 음악이 되어야 하고,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불법복제 때문에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게임업계가 선택한건 바로 게임의 온라인화였죠.
결국 성공하게 되었지만, 게임 자체가 거대기업화되는 단점을 낳게되었습니다.

음반업계도 나름대로 여러각도로 모색을 해왔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컨텐츠 생산의 주가 되는 가수나 그룹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마치 농사짓는 농부의 꼴이 되었다는데 큰 문제가 있습니다.


농부로 전락한 대한민국의 가수들

일례로 모바일쪽의 음반산업은 막상 거대한 시장이지만, 가수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극히 소액이고, 나머지는 유통과 대기업쪽에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병충해 없이 키워내서 수확을 해다가 팔면
소비자가 사는 가격의 채 1/10도 안되는 가격으로 출하를 하게되고, 그 중간 유통체계에서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이익을 챙기게 됩니다. 가수가 농부라면 심한 비약일까요?

하지만, 이런 현실에서 단순한 방법으로 농사를 짓게되면 노력 대비 수확은 너무도
적기 때문에 돈이 되는 채소를 재배한다던가 이모작을 한다거나 농기계를 이용해
대량으로 농사를 짓는 여러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현재 가요계는 이런 여러 방편, 혹은 수익 구조에 대해 너무 인색했던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미 mp3 기술은 10년전에 나온 구식기술입니다. 이 구식기술 때문에 가요계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과연 먹힐만한 사연일까요?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군요.

또한 이미 가요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타이틀곡 한곡만을 필요로 하는, 싱글앨범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의 니즈를 무시하고,
가치없다 느껴지는 곡들로 채워 통CD를 만들어 마치 강매라도 하듯 팔아왔고,
법적인 절차까지는 아니더라도, 허가없이 리메이크 앨범을 만들고,
번안곡 수준의 표절곡을 수도 없이 뽑아내왔고, 그런 쓰레기곡들을 모아 또다시
통CD로 만들어 판매해왔습니다.

위에서 한 얘기지만, CD가 모두 소장가치가 있는게 아닙니다.
CD안에 든 곡들이 소장가치를 만드는 것이지요. 또한 소장가치를 만드는 좋은
그룹과 가수들이 많이 나와야 그 소장가치라는게 의미가 있을테구요.


소장가치는 기획사와 가수가 만들어야 합니다.

저 역시 소장가치를 생각했고, 가요 음반은 몇몇 명반 빼고는 거의 사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애니음반이나, 티스퀘어나 카시오페아 같은 제패니스퓨전, 혹은
데이브그루신이나 리릿나워같은 GRP쪽의 음반들을 수집해왔습니다.
가요의 타이틀곡은 라디오나 기타 매체에서 쉽게 들을 수 있었고, 타이틀곡 하나 때문에
앨범을 사야 한다는 것, 그리고 너무 좋아서 사게 되었을 때 그 CD안에 듣
정말 같지 않은 곡들...이걸 몇번 당하게 되니 더 기피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믿고 있던 가수들의 표절곡들을 몇번 대하면서 어느 순간 나름대로 가요는
포기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서태지 이후 쏟아져나오는 패러디수준의 가수들, SM의 아이돌스타들,
듣기 싫은 힙합, 랩....

어느 순간 공중파에서 음악프로는 많이 사라졌고, 볼만한 프로는 아주 늦은 밤시간에 하던가,
시청율이 높은 시간때 가요프로는 아이돌스타로 도배질....

어느 순간 TV에서 가요프로는 거의 안보게 되었습니다.

100분 토론에 나왔던 신해철씨가 한마디 하더군요.

"...이런 사태라면 오히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살아남아야 하는데 거꾸로 됐다"

뭐 이런 말씀을 하셨죠. 당연한거 아닌가요? 사람들이 음악을 어디서 듣나요?
새 음반이 나왔다는 소식을 어디서 듣죠? TV죠.
공중파 TV에 좋은 앨범 소개하는 그런 프로는  현재 100% 없습니다.

좋은음반이 나왔는지 어쨌는지 일반인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불법다운로드 받아 듣는다고, 옆집 순이를 욕할겁니까? 뒷집 철이를 욕할겁니까?
친한 동창을 욕할겁니까? 애인을 욕할겁니까?

정말 가요계를 살릴 생각이 있다면, 기획사와 공중파가 나서서 현 세태를 갈아 엎어야 합니다.
지금 아이돌스타 키울땝니까? 좋은 앨범이 여기저기서 소개가 되어야하고,
공중파에서는 같지않은 아이돌스타 신변잡기 때려치고 좋은음반과 좋은 가수를
소개하는 시간을 확장해야 합니다.
IT와 손잡고 최신기술 도입과 판매책을 마련하고 판매망을 넓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불법다운로드 하지말고 음반 좀 사라고 푸념만 늘어놓을실 겁니까...

사실 이런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몇년전부터...

이미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는 얘기를 늘어놨을 뿐입니다.
실천이 안되고 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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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