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중계2011. 5. 16. 14:53


일주일에 거의 5일을 늦게까지 야근하고, 옵션으로 토요일이나 일요일까지 야근 혹은 철야를 해버리는 IT개발자인 나는 TV를 보는 시간이 거의 없다.  종종 1박2일이 하는 시간에 회사에서 근무를 한다. TV가 없기에 인터넷을 통해 시청을 한다. 일요일에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을 보고나면 아 이번주도 이제야 끝나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다. 

다음날 일상처럼 무도나 1박2일 기사가 많이 뜨기 마련이다. 한 회, 한 회 너무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는 나는 기사가 어떻게 났을까, 어떤 댓글이 달렸을까 1박2일 출연자처럼 들 뜬 마음으로 추천순 댓글을 본다. 

그러나 댓글 중에서도 추천 댓글을 보고 있자만 1박2일 팬인 내게 돌아오는건 그야말로 허탈감 뿐이다.

배부른 소리 하고있네...........
너의 처럼 여행가면서, 놀면서 돈벌면 난 일당 10만원이면 "감사합니다" 하고 일하겠다
일당 몇백씩 받으면서 앓는 소리 하기는..............
지금 일하고 싶어도 제대로된 일자리가 없어.....실업자로 사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
감지덕지 하고 살아라.............
 
  에이 기자야 그래도 너무했다..
월급쟁이들의 출퇴근하고 저런 돈 많이 버는 사람들하고 대입하고 거기서 억지로 의의를 만드냐?
양심좀 있어라
 
 쓰레기 프로그램..맨날 하는 짓거리가 밥.사기.무식 이런걸 보고 환호하는 놈들이 있으니..

 지구상에서 가장 날로쳐먹기쉬운 일자리가 아닌가
차타고 이동하면서 개드립이나 몇번날리다가
밥쳐먹고 쳐디비자면 꼬박꼬박 돈기어쳐나오겠다
ㅉㅉㅉ 날로 쳐먹는넘들

 
그리고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1. 출연진의 능력
  1박2일은 90% 이상 대본 없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예전에 어느 블로거가 밝힌 적이 있다. 대본은 있으나 그 대본을 읽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렇게 욕을 하는 사람들도 시청하게 만든다. 안보면 그만인 것을, 보고 나서 욕을 하게 만든다. 이번 조기 퇴근 편 역시 그렇다.



1박2일은 예능이지 인간극장이 아니다. 이들의 조기 퇴근은 PD의 컨셉이었고, 웃기면 그만인 예능이다. 모두가 웃을 필요는 없다. 적어도 이 프로를 시청하는 10~20%의 시청자들만 만족시키면 그만인 예능이다.



2. 몰입도
  1박2일은 프로그램의 특성 치고는 대단한 몰입도를 선사한다. 여행을 소재로 전국을 돌며 놀고, 먹는다. 이들이 하는 고생 쯤은 이들이 거둬들이는 수익 때문에 모두 상쇄되기 일쑤다. 시청할 땐 피식피식 웃다가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시청자들은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내 삶을 비관이라도 하는지 악플부터 다는가보다. 내게는 일주일에 쌓인 피로를 대리로 푸는 활력소 같은 역할을 하는데 사람마다 느끼는 차이가 다른건 다소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3. 착각
 1박2일은 철저한 예능의 룰을 따른다. 좋은 경치를 보여주고, 좋은 먹거리를 소개하고, 출연진의 역량에 걸맞는 웃음을 선사한다. 일반인이 등장하는 인간극장이나 다큐3일 같은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멀다. 말도 많고 탈도많은 엄청난 출연료를 지불하면서 KBS는 1박2일을 제작한다. 그리고 이렇게 시청자들로부터 잔뜩 욕을 먹는다. 왜일까? 이미 TV에 예능 프로는 어느 순간부터 도를 지나칠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케이블TV를 포함하면 그 수가 상상을 초월한다. 어디서나 1급 아이돌이 카메라를 장악한다. 하지만 이런 예능프로그램과 1박2일은 한가지 다른 면이 있다. 1급 연예인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지만 TV에 종종 일반인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인사를 한다거나 악수를 하고, 웃는 모습 정도가 출연 빈도다. 그리고 1박2일은 항상 방송국이 아닌 일반인들이 삶을 엮어가는그 현장에 있다. 그 현장에서 먹고 웃고 잔다. 

바로 이 모습이 이들을 난처하게 만든다. 강호동은 어디에 사회를 맡겨놔도 프로그램을 장악하는 특급MC다. 유재석과 호불호하며 특급 출연료를 받는 특급 연예인이다. 나머지 출연진 역시 결코 떨어진다 말할 수 없는 연예인들이다. 다만 이들은 서민이 사는 현장에 1박2일 명패를 들고 나타난다. 그리고 프로그램 내에서 출근, 퇴근 등 직장인이 쓰는 단어를 쓴다. 그도 그럴것이 장수 프로그램이고 출연진이 장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출연진들이 천만원을 받든, 1억원을 받든 이들은 그 이상의 수익을 KBS에 안겨준다. 욕을 하는 댓글 단 분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 당신이 출연진 6명과 동급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진정 당신이 출연진 6명보다 웃길 수 있습니까?
진정 당신이 1박2일에 출연해서 이들보다 많은 이득을 KBS에 주실 수 있습니까?
이들이 KBS에 공헌하는 만큼 당신의 직장에서 회사에 공헌하고 있습니까?


1박2일은 다큐도 아닌 예능인데 이렇게 시청자들을 프로그램으로 빨아들여 마치 내가 출연진인양 만들어버린다. 실수를 하면 큰 실수를 했다고 욕하고, 한겨울에 입수를 하면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덧 시청자는 프로그램과 시청자의 삶을 버무려 1박2일 출연진을 직장동료 쯤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1박2일 출연진들의 역량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들은 시청자를 1박2일의 동료로, 시청자들에게는 직장동료 쯤으로 상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연출진 100여명과 출연진 6명이 등장 하는 그 장소는 벌떼같은 인파가 몰리고, 사방에서 연신 꽥꽥 소리가 시끄럽다. 이들을 본 여학생들은 아마도 학교에 돌아가서 이수근은 너무 웃기고, 이승기가 키가 그렇게 클 줄 몰랐다며 하루 종일 친구들의 부러움을 살 것이다. 

그들은 KBS에서 예능을 하는 특급 연예인들이다. 그들의 출연료가 일반인들에게는 비상식적으로 높지만, 그 비상식적인 출연료보다 더 큰 비상식적인 수익을 KBS에서는 올리고 있다. 이들의 연봉을 욕할게 아니라, 이들의 노력하는 모습을 배워야 하는게 옳지 않을까?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