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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관련글모음2009. 9. 1. 12:16

IT관련 계열의 중간관리자로 일을 하며 중립을 지킨다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새삼 절감합니다.

능력 혹은 나이로 관리자의 역할을 하지만, 결국은 회사에 고용된 고용인일 뿐 입니다. 하지만, 설령 임원진 쪽에 치우치게 된다면 직원들과의 관계가 소홀해질 수 있고, 직원들 쪽에 치우친다면 관리자로써의 임무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애매한 위치에 서있습니다.

특히 저 같은 IT 계열의 중간 관리자로써 가장 사람 난처하게 만드는 부분이 바로 근태에 관련된 부분입니다.

일주일 대부분을 야근 철야에 시달리고, 주말 휴일도 없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왜그렇게 근태가 안좋냐는 꾸지람을 해야하죠. 왜냐하면 직원들의 근태 문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다름아닌 중간 관리자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회사입장에서는 회사의 내규와 조직력 약화 등의 이유로 근태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임원진의 입장에 서게되면 당연히 직원들의 근태 문제가 심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강 확립 차원은 아니더라도 당장 직원들간 형평성의 논란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근태가 좋은 직원, 나쁜 직원은 일의 양이나 야근에 따라 좌우되기도 하지만, 근태가 안좋은 사람은 언제나 일부 정해져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간 관리자는 막상 직원들과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됩니다.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 몸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고충을 들어줍니다. 그런 와중에 역시 근태 얘기를 합니다. 근태가 안좋은 직원을 불러내서 얘기도 들어보고, 설득도 하고, 혼내키기도 해보지만, 사람 성향을 바꾼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죠. 그렇다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도 애매합니다. 사실 회사에서 정한 업무 시간을 훨씬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죠. 밤 12시 1시에 퇴근을 해도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시간을 10분이라도 어기게 되면 지각처리 됩니다. 이번에는 회사와 직원의 형평성 논란을 야기합니다. 당연히 임원과 직원들간의 갈등이 커져만 갑니다. 서로 자신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고수하려고 하기 때문인게 눈에 보이지만, 중간 관리자는 그 둘의 갈등의 중간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꼴이죠. 마치 이중첩자라도 되는 양, 의도치 않은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하는 위치에서 중간 관리자는 갈등합니다.

근태 이외에도 여러 고충이 있지만, 언제나 조직에서 동떨어진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개발자로써 직원들과 삶을 함께 하느냐, 관리자로써 회사의 조직력을 만드는데 초점을 두느냐가 본인의 삶에 정신적, 금전적으로 상이한 차이를 보일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본인의 성향에 따라,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됩니다. 아니면 직책의 욕심, 금전적인 욕심이 본인의 나아갈 길을 선택하게 될 수도 있겠죠.

우리나라에서는 나이 많은 개발자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통념이 그대로 제 현실임을 직감하지만, 그래도 개발의 욕심을 버리고 싶지는 않네요. 아직은 직원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걸 저는 선택했습니다.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