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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25 지금은 사라져버린 낙성대 개나리돌담길 2
난 이렇게 산다2007. 10. 25. 01:25

한참 동안 네이버와 구글의 이미지 검색을 했습니다.
낙성대의 옛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구할수가 없더군요.
최근의 낙성대 공원 사진들로만 가득하더라구요.

사진을 구할 수 없어 최대한 썰을 풀어 그 경치를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98년~00년 사이 정확히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지금의 제 와이프와 연애하던 시절,
하루 일과를 데이트 장소 물색으로 시작했던 그 불과 몇년전
제 여자친구에게 정말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낙성대입니다.

낙성대 공원이 아니라 낙성대의 입구부터 시작되는 돌담길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가끔 찾았고,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어서도 가끔 자전거를 타고
방문했던 바로 그곳이었죠.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봉우리를 틔우는 어느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문득 낙성대 돌담길이 떠올랐고, 자랑스럽게 멋진곳을 보여주겠노라 다짐하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입구부터 서울대후문까지 이어져 있던 돌담길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1차선(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 양쪽에는 가슴높이까지 낮게 돌담이 쌓아져 있고,
그 위에는 개나리 나무가 빼곡히 들어차있었습니다.
봄이 되면 너나할 것 없이 개나리 꽃망울이 터졌고, 그 좁은 1차선 안쪽 방향으로
개나리 가지가 드리워졌습니다. 우리가 사랑해요~라는 표현을 몸으로 할때
양팔을 들어 머리에 모아 하트를 만들죠. 그런 모양으로 개나리 가지가 차선 안쪽의
반 정도를 양쪽에서 덮어버리면, 돌담길의 인도는 개나리 그늘로 살짝 덮혀지곤 했습니다.
개나리 돌담길이 시작되는 입구의 좌측 가게에는 항상 홍합국을 팔았습니다.
도대체 왜 낙성대 입구에는 홍합국을 파는 가게가 즐비한건지 알수가 없었지만,
제가 10년이 넘게 드나들던 낙성대 입구에는 어김없이 홍합국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봉천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면 상당한 거리지만, 시원한 봄바람을 맞으며
낙성대 입구에 들어서면 모든 피로가 싹 가시는 듯 했습니다.
그 어린 나이 때에도, 혼자서 달려온 낙성대지만, 아 정말 좋구나~ 라는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봄햇볕에 반짝거리는 개나리꽃과 그 꽃들이 만들어내는, 마치 반짝반짝 빛나기라도 하는 듯한
그늘을 걷노라면 그 길이 그렇게 짧게 느껴질수가 없었습니다.
그 개나리 돌담길을 지나면 낙성대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고, 어릴적엔 거기서 가재도
잡고 그랬습니다.
앞으로 몇십미터 더 가면 비로소 낙성대가 나옵니다. 그때는 낙성대 공원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걸로 기억합니다.
지금처럼 일반적인 공원의 모습으로 깔끔하게 꾸며지지 않았고, 공원보다 오히려 창경궁이나
경복궁 같은 그런 궁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허름한 매점 역시 그런 느낌이 나는 건물이었구요.
대학생이 되어 담배 배운지 얼마 안된 그 시절에 낙성대의 매점에서 음료하나 사들고 나와
담배 한대 빨아주면 그렇게 기가 막힐 수 없었습니다.
그때 왜 사진찍을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사실 사진기 같은거 살 형편도 못됐지만...

그런 경치와 추억을 떠올리며, 여자친구와 약속을 잡은거죠.
여자친구에게 그 봄날의 개나리 돌담길을 보여줄 생각,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가보는 그리운곳...
생각을 하며 낙성대에 도착하자마자
..
..
..
좌절의 쓰나미가 콱 몰려왔습니다.

그 돌담길은 온대간데 없고 4차선 대로가 일자로 뻥뚫려 고속도로의 쾡한 느낌마져 들었습니다.
궁의 느낌이 들던 낙성대는 낙성대공원으로 바뀌었고, 일반적인 공원이 되어있더군요.

여자친구에게 그 봄날의 경치를 보여주지 못한것도 후회스러웠지만,
내심 정말 큰것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몰려왔습니다.
사진 한장 없는, 머리속의 아련한 기억만으로 추억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하더군요.

개발도 좋지만, 무턱대고 밀어버려서 정겨운 정취까지 밀어버리는 그런 개발만이
과연 능사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뭐 그런 추억따지자면 어디를 개발하겠냐라는 얘기가 나오겠죠?

하지만, 평생 벚처럼 여기던 추억의 장소를 사진한장 남김없이 밀어버리기 보다
과거의 사진같은걸 전시해 놓는다거나 그런 조그마한 배려같은게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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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