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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4 돈이 적은데 칼퇴근도 안된다. 배고픈 투정
카테고리 없음2007. 8. 24. 16:01

"돈 적어도 칼퇴근이 좋다? 배부른 투정"

이라는 글을 봤습니다.

TV에서도 화물트럭 운전사의 애환을 다룬 프로를 몇번 봤기 때문에
고생하시는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그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피부로 느낄 수 없겠죠.

그런데요. 이분 말씀처럼 일이 있어서 행복한건 아닌 것 같네요.

프로그래머의 절반 가량이 매주 60시간~80시간 일을 한다고 합니다. 주말 휴일 없는건 뭐 생활이죠.
일이 있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하는건 아닌데, 그 일이 너무 많죠.

글 쓰신분께서는 남편분께서 화물운송을 하시고, 위험하다고 말씀하시지만,
더 위험한 직종도 많이 있구요. 사무실에 앉아서 키보드만 두드린다고 해서 생명의 위협이 없는게 아닙니다.

저 역시 이렇게 일하다가 정말 40세 과로사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몇번을 했습니다.

생명보험이나 하나 들어둬야겠구나 라는 생각도 자주 하구요.

물론 화물차 안에서 주무시고 집에 자주 못들어오시니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그런데 허구헌날 책상에 엎드려 3시간 자고 일어나서 개기름낀 얼굴 화장실가서 세수하고 들어와서
다시 코딩질하는 저는 그래도 일이 있으니까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걸까요?
그리고 오너와 근로자의 입장은 매우 다르고, 또한 서로간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힘들다힘들다라는 식의 글이 오너분들에겐 달가워보이지 않겠죠.
저 또한 나중에 오너가 되지 말라는 법 없구요.

어느 직종이든, 애환이 있고,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다르구요.

전에도 쓴 글이지만, 제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군대 2년 있을 때였습니다.
제가 정말 힘들다고 느껴질 때면 군대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위안삼죠. 군대보단 낫다구요.
그런데 제발 꿈에서 군대 끌려가는 장면만 연출 안됐으면 좋겠어요.

야근은 어느 직종이나 합니다. 제 친구중에 토목 설계사무실 다니는 친구도 허구헌날 야근해요.
어디 힘들지 않은 사람 있나요?

그런데 왜 유독 최근에 IT직종이 물망에 오르고, 왜 야근을 없애버리자라는 말까지 나오는지는
생각 안해보셨나요?

지금은 그나마 전보다 나은 직장에 있는데요.
그 전 회사...정말......
그 회사에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 한 직원은 일주일 집에 못들어가고 있었고,
디자인하는 여직원들까지 허구헌날 밤새고, 밤을 안새고 퇴근하는 시간이 새벽 4~5시...
결국 3개월 버티기가 힘든 그곳, 나중에 알아보니 직원 80%가 물갈이 됐고,
새 직원들이 들어와서 반복하고 있더군요.

일이 있어서 행복하게 아니구요. 회사 오너 입장에서도 직원들이 그렇게 일을 안해주면
회사 운영 자체가 힘들구요. 각 회사들끼리의 경쟁 때문에.....
그런 회사가 한두군데가 아닙니다.

사람되려면 군대 다녀오라는 말이 왜 있는지 아세요?
그런 정신적, 육체적 극한의 고통을 2년 동안 인내하고 견뎌내는 것 만으로,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행복한거다라고 느껴질 정도로 힘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살면서 힘든일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에 그런말이 나온게 아닌가 싶거든요.
제 생각은 그래요. 힘들어도 남탓 안하고 팔자려니 생각합니다.
그리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좀 더 돈 벌어보겠다고 공부하는거구요.

힘든건 다 힘들어요. 어느 직종이든.
그걸 한탄만 해서도 안되겠죠.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일이 있다고 행복해하고 투정 좀 부리지마라..
이건 좀 아닌 것 같거든요.

힘들면 개선을 해야죠.
배운게 도둑질이라는 말처럼 화물차 운전 하시는 남편분께서 어쩔 수 없이, 가족 부양에 힘쓰다보니
힘들지만 계속 일하시는 것처럼, 다른 직종의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힘들다고 투정을 하면서 살아가요. 포장마차에 소주한잔 하면서도 아 정말 이러다 죽겠네라는
투정을 하면서요. 소주와 안주를 먹어서 배가 부르니 배부른 투정이란 말이 틀린건 아니네요.

그게 싫어서 이제 IT업계를 떠나 직종을 바꾸시는 분들도 많구요.
이런 얘기가 불거지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전자공학과가 미달되는 학교들이 속출하고 있구요.
너무 배부른 투정만 해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