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렇게 산다2007. 11. 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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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반찬입니다. 나름 최고의 반찬이라 예찬하지 않을 수 없는 감동의 향과 맛.

이름하야 고추부각.

제가 유독 단단하고, 질기고, 바삭하고, 매운걸 좋아하는 좀 특이한 식성이라 밥을 먹을 때 꽉꽉 씹는 맛이
있어야 좀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릴 때부터 이 고추부각을 너무 좋아해서 어머니께서 가끔 손수 만들어주시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손이 많이가서 바쁜일을 하시는 어머니께서 자주는 못해주셨죠.

고추를 씻고, 쪼개서 씨를 발라내고 반죽을 고추에 얇게 펴바른 후 찜통에 쪄냅니다.
그리고 햇볕에 말려야 하는데, 습도 높은 여름철 등에는 잘 마르지 않아서
보통 건조하고 바람이 많은 가을철이 되면 몇일씩 햇볕에 말리곤 하셨죠.

이렇게 바짝 말린 고추부각을 이제 요리할 차례입니다.
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굵은 소금을 많이 올립니다. 여기 말린 고추부각을 얹고
약한 불에 달달달달 구워냅니다.
한참을 이렇게 굵은 소금과 들기름에 돌돌 굴리면, 고추를 말리면서 붙었던 먼지들이
굵은 소금에 새카맣게 묻어나옵니다. 그러면 고추에 짜지않게 간도 살짝 벱니다.

다 구워졌다 싶으면 후라이팬을 얼른 바깥으로 들고나가서 선선한 바람에 급속냉각을 시킵니다.
그러면 제 특이한 입맛을 사로잡는 고추부각이 완성됩니다.

제가 김치가 없으면 목이 매여서 밥을 못먹는 전형적인 한국인 입맛인데, 이 고추부각은 이상하게
목이 매이지 않습니다. 그냥 밥 한공기를 이 고추부각만으로 깨끗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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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결혼하고 나와 살면서 어머니의 손맛을 맛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바쁘게 사시는 어머니에게 조르기도 좀 그렇고..이 나이에 말이죠. 흐~

그래도 가끔은 너무나 먹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 반찬을 파는곳이 많지가 않다는 것인데,
다행스럽게 저희 동네 두 군데에서 팔더군요. 그리고 그 두군데의 맛이 다릅니다.
저는 설탕이 들어간 반찬을 별로 않좋아하는데, 소금이 아닌 설탕으로 버무려 달달하게 만든 것도 있고,
대부분 가게에서 파는건 기름에 튀겨낸겁니다. 바삭바삭하긴 하지만, 제가 원하는 그 맛은
어디서도 나오지 않더군요.

예전에 간식으로 만들어 먹거나, 고속도로 휴게소라면 어김없이 팔고 있는 감자. 아마 다들 아실겁니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상당히 긴 시간동안 감자를 계속 후라이팬에 굴립니다.
이 표현을 전문요리용어로 뭐라고 하는지를 몰라서 돌돌이 라고 하겠습니다.
이 돌돌이 감자를 제대로 만들어내는 휴게소가 있고,
돌돌이 감자가 상당히 긴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기름에 아예 튀겨서 다 익힌다음
마치 돌돌이 감자를 만드는양 후라이팬에 올려버리는 휴게소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돌돌이 감자와 기름에 튀겨내버린 감자의 맛이 많이 다르다는거죠.

이 고추부각도 그 차이인데, 감자보다 더욱 크게 맛의 차이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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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처럼 약간은 성의 없어 보이는 포장으로 판매를 하는데, 재래시장이나 떡집에서 팔더군요.
전에 사서 먹던 곳이 떡집에서 파는 부각이었는데, 아까 말씀드린 달달한 부각이었지만,
사실 먹고 싶어도 없어서 못먹는 반찬이라, 달달하긴 하지만 그래도 좋다고 먹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애용하는 이 고추부각은 비록 튀긴 부각이긴 하지만, 설탕간이 거의 없고,
매운것, 안매운것도 따로 구분해서 포장해서 팔더라구요.

제가 매운걸 좋아하는데, 한가지 이유로 안매운것을 사다가 먹습니다.

부전자전인건지, 제 3살짜리 딸래미가 제 식성이랑 너무 비슷해서,
매운건 전혀 못먹는 아이가 이 고추부각을 먹습니다. 그것도 아주 즐겨먹습니다.

가끔 매운게 걸리면 집안이 떠나가라 울며 고통을 호소합니다.
그래도 다음 끼니때면 어김없이

"아빠~ 쪼금만~ 쪼금만~"

이렇게 쪼르르 달려와 아직 정확하지 않은 아기 발음으로 조금만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제가 먼저 먹어보고 안맵다 싶으면 입에 조그맣게 잘라
넣어주곤 합니다.
그런데 옆에서 아내는 도대체 무슨맛으로 먹는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종종 보입니다.
왜 제 아내는 이 고추부각의 맛과 향과 씹는 느낌을 모르는걸까요.

하지만 아빠와 딸의 공감대를 강하게 형성하는 이 고추부각.

오늘 이 고추부각을 강력추천해봅니다.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