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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26 식객에 투영된 개발자의 현실 4
IT관련글모음2008. 8. 26. 10:37

빼놓지 않고 시청하고 있는 식객이라는 드라마에서 요즘 한참 먹거리와 남녀간 줄다리기로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데요. 운암정과 봉주, 성찬을 보면서 마치 IT관련 개발자들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반가우면서도 가슴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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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특히 개발자의 수명이 짧습니다. 35세 정년이라고 회자되는 웃지못할 상황이 현실이라는거죠. 제가 지금 35세 입니다. 아마도 개발자라면 흔히 들어온 얘기라 식상할 정도일 겁니다.

불과 몇일 전 개발자인 저보다 두살 위인 아는 형님과의 메신져에서 또다시 한번 붉어져 나온 대화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 형님의 주변(저 역시 알고 있는)에 실력있는 개발자분이 있는데 어느날 블로그에 가봤더니 닭집 얘기를 하더랩니다. 거기에 한마디 더 보태서 빵기술을 배워야 하는거 아닌가라는 심각한 고민을 하더랩니다. 이 얘기를 전해줬던 그 형님은

http://cybercoders.com/JobSearch.aspx?q=flash+developer&l=&r=100&c=&s=relevance&a=0&p=&ad=&mouse%5Fover%5Fbutton=true

이 주소를 보여주면서 미국에 취업하려고 준비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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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발자라면 꿈도 못꿀 연봉 액수가 해외 구인사이트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머리가 하얘질 때까지 코딩을 하는게 내 꿈이라는 얘기를 하는 개발자가 주변에 꽤 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내 기술자들은 더욱 늘고 있습니다.

식객의 두 주인공 봉주와 성찬을 보면서 IT 개발자의 현실이 조금 더 극명히 드러납니다.

개발이 좋아서, 코딩이 좋아서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코딩을 하고 싶지만, 결혼을 하고 애까지 생기면 경제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조금 더 현실적인 현실과의 타협은 컨설턴트나 관리자의 길로 우회하는 것입니다. 이 내용 역시 개발자 생활을 하신분들이라면 너무도 흔히 주고 받던 얘기들일 겁니다.

운암정은 대기업, 성찬은 단지 개발과 코딩을 좋아하는 순수한(?) 개발자, 그리고 봉주는 관리자의 길로 우회한 케릭터라 보면 어떨까요? 우열을 가눌 수 없는 쟁쟁한 요리 실력을 둘다 가지고 있었지만, 드라마에서 성찬은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을 불태우는 케릭터이고, 봉주는 안전권에 들어선 관리자의 역할 입니다.
그렇지만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가득한 성찬의 경제적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성찬식품이 자랑스럽게 새겨진 트럭을 타고 식재료 길거리 장사를 하는 성찬이 도전하는 그 환경 역시 그렇게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이제 요리(개발)에 손을 거의 떼고 골프치며 관리자의 길을 걷는 봉주의 주변은 경제적으로 풍요롭기만 합니다. 가끔 이야기 전개를 위해 펼쳐지는 운암정의 위기는 IT기업의 현실을 조금 더 현실감 있게 투영합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IT의 현실을 반영하는 듯 보일 때도 종종 있습니다.

식객의 이야기 흐름 상 예상하건데 아마도 실력있는 성찬의 요리실력(개발기술)로 운암정의 위기는 계속 극복될 겁니다. 그의 노력으로 운암정의 위기가 앞으로도 계속 극복되겠지만, 막상 운암정 일선의 경영진이 열정의 성찬을 어떻게 대하게 될까요? 이는 아마도 회사에서 개발자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날 것입니다.

만약 본인이 개발자의 입장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면 본의 아니게 성찬을 응원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만약 자신이 관리자라면 봉주의 회사 운영 방침이 크게 잘못된게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겠죠.

두 케릭터 모두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지만, 개발자인 저는 나이가 들어서 운암정 최고 권위자 오숙수와 같은 위치에 서게 되길 바랍니다.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