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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8 열혈 이명박 팬인 우리 어머니. 30
난 이렇게 산다2008. 2. 28. 12:05

과거에도 물론 그랬지만,
이번 대선 선거철부터 저희 어머니를 보면서, 추상적인 단어인 서민, 국민이란 단어는
곧 우리 어머니같은 분들을 말하는거구나라는걸 최근까지도 뼈져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6.25를 겪으신 저희 어머니는 지금도 가끔 말씀하십니다. 전쟁통에 외국인이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고...그 처절했던 옛날 일을 지금도 기억하고 계십니다.
지금도 노빠, 좌파 빨갱이라는 단어가 인터넷에 판을 치고 있는데 그런 단어를 구사하시는 분들께서
전부 6.25를 겪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젊은 분들도 많으니까요.
이렇든저렇든 아무튼 빨갱이는 전쟁을 일으킨 나쁜놈들로만 알고 계십니다.
지금도 중앙일보를 구독하고 계시고, 당연히 컴퓨터도 모르시고, 인터넷도 모르십니다.
경제와 정치에 대해 얻는 정보라고는 TV와 중앙일보가 전부이신 분입니다.
이렇게 얻는 정보는 과거 30년 40년전과 다름 없는 정보력이겠죠.

이번 대선 바로 전날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엄마, 어떤 사람을 찍어도 괜찮은데 이명박만 안찍으면 되요"

중앙일보를 구독하시는 어머니는 무조건 이명박밖에 없었죠. 그 짧은 시간에 이명박의 보수정치나, 서민과는
동떨어진 경제노선, 혹은 어이없는 공약들을 일일히 열거하며 설명해드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다음날 결국 어머니는 이명박을 선택하셨고, 당선 후에 한마디 하셨습니다.

"거봐라. 될 사람을 뽑아야지. 에이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무엇을 알지 못하는걸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습니다.
대운하로 파괴될 환경에 대해서 내가 몰랐을까?
전과 14범으로 소문난 이명박에 대해 내가 정말 모르고 있었던걸까?
이미 고소영강부자 인사를 예상 했었는데,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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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www.pulug.com>



그리고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현대건설 회장 아들을 CEO로 안하고, 이명박을 CEO로 한거 보면 모르냐, 어려운 사람 말도 없이 돈보내서 도와줬다더라.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어린나이에 자수성가했자나..."

비리 얘기가 나왔을 땐 이러셨습니다.
"가난한 상황에서 빨리 성공하다보면 어느정도 비리는 있을 수 밖에 없다"

정확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위의 사진을 저희 어머니가 보신다면 그때도 같은 말씀을 하실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TV에서 탈세하는 사람들 찾아다니며 돈받아내는 프로그램 보시면서는 그렇게 욕을 하십니다.

결국 정치인은 어느 정도 비리를 저질러도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다라는 전형적인 국민...아니
서민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정치인은 비리를 저질러도 그만, 정직하면 욕을 먹는 사람으로 알고 계십니다.
어머니를 보면서 이명박이 대선에 당선될 수 밖에 없었겠구나라는 걸 뼈져리게 실감했답니다.

저희 집은 정말 찢어지게 가난했습니다. 가정 형편뿐만 아니라 분위기 또한 아주 바닥이었죠.
봉천5동 달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저는 제가 대학생이 되고서도 월세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아오신 분들이 이명박을 당선시켰다고 보면 맞는 것 같습니다.

어저깨일자 중앙일보의 '거짓말 하는 능력'이라는 사설이 정말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그런 막장 사설도 저희 어머니는 아마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실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전후에 어머니에게 몇가지 최근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랑하는 막내자식이 하는 얘기라서 그 자리에서 되받아 치시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저희 와이프를 만나서 "요즘 젊은 애들. 에이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시죠. 보통 그러시더군요.
제 나이가 서른다섯인데 젊다는 소리를 들으니 뭐 기분 나쁘지는 않지만요. ㅎㅎ

아주 가끔이지만, 그렇게 사회 돌아가는 얘기를 어머니에게 들려주면서 어머니의 눈빛을 바라봅니다.
꽁하시죠 뭐 ㅎㅎ
나를 낳아주신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이기에 제가 핏대를 세우면서까지
얘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조곤조곤 설명을 해드리죠.
하지만, 전쟁통을 겪으시고, 빨갱이는 나쁜놈들이라는 신념을 수십년간 쌓아오신 어머니를
설득하기에는 제 말과 견해가 짧은가 봅니다.

이렇게 온갖 비리와 탈세 범죄등으로 점철된 정부라도 저희 어머니는
잘 하겠지. 경제 살리면 되지. 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적어도 우리 부모님세대에서
대한민국에서 정치하시는 정치인의 과거는 없는 듯 합니다.
서민이 살판나는 세상을 꿈꾸며 이명박을 선택하셨지만,
정치인이 살판나는 세상을 만드셨습니다.

누굴 탓하겠습니까? 사랑하는 우리 부모님들인데...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