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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9 체벌보다 더 고통스러운 정신적 충격을 안겨준 선생들
할말은하며살자2008. 10. 29. 12:27


제가 중학교 때 있었던 일 입니다. 100% 실화구요. 꼭 매를 들어야 체벌인지에 대해서는 정말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바로보지 않는 눈이 생겨버린다면 매 못지 않게 큰 문제라 생각 합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때니까 89년도에 있었던 일이네요. 이 때만해도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선생한테 얻어맞던 시절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맞았어도 정신적인 충격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크게 마음의 상처가 되진 않습니다.

<출처 : 피의 중간고사 영화 중 한장면>

중간고사가 끝났고, 체점이 끝난 상태였습니다. 수학시간이 끝나갈 무렵 수학선생은 10명 정도의 아이들을 호명했습니다. 저 역시 포함되었구요. 호명한 학생은 방과 후 남으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어리둥절한 아이들 10명 정도는 왜 남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디인지는 자세히 기억이 안나지만 다른곳으로 데려갔습니다. 학교내였지만, 우리반은 아니었습니다. 칠판도 있었으니 특별 수업을 하는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곳으로 아이들을 데려온 수학선생(젊은 남자 선생이었습니다.)은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들 컨닝했지?"

"아니요"
"아니요"
....
...

아이들은 어리둥절 할 뿐이었습니다. 걔중에는 혹시 컨닝을 한 아이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시절 저는 컨닝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사실 컨닝이란 단어를 잘 몰랐었던 것 같습니다. 사지선다 문제였기 때문에 모르는건 그냥 찍었습니다. 50등중 20등 정도를 유지하고, 공부를 잘하는 축에 끼지 못했었기 때문에 간간히 찍는 문제들이 좀 있었습니다.

곧이어 수학선생은 아이들을 칠판앞에 일렬로 세워놓고, 이번 중간고사 때 냈던 문제를 아이들에게 풀어보라고 했습니다. 칠판 앞에선 아이들은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습니다. 어떤 한 아이가

"찍었는데요" 그랬더니

"시끄러. 너 컨닝했어 안했어 컨닝했지?" 라는 큰소리와 함께 아이는 주눅이 들고 말았습니다.

"너희들 문제 못 풀면 컨닝한거야 알았어?"

그야말로 어리둥절 했습니다. 내가 문제를 몰라서 찍은게 이렇게 큰 죄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도 수학선생이 생각하기에 어려운 문제를 이런 아이들이 풀 수 있다는건 말이 안된다라고 생각을 했던 모냥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참으로 세상이 서글프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더 가관인 일이 조금 후에 벌어집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수학선생은 담임선생에게 가보라고 했습니다.
담임선생은 40대중반의 아줌마 선생이었습니다. 평소에 잘 웃으시고 아이들에게 잘해주시는 걸로 알고 있었던 분입니다.

저는 마치 수학선생의 행태를 고발이라도 하려는 마음과 담임선생에게 위로라도 받고 싶은 마음에 천천히 담임선생이 있는 방에 찾았습니다. 저는 컨닝을 안했어요. 컨닝이란 단어도 몰랐어요. 담임선생님은 절 이해해주시겠죠?라는 들뜬(?) 마음에 담임선생 앞에 섰습니다.

"너 컨닝했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담임선생의 입에서 나온 첫번째 말은 바로 '너 컨닝했지?' 였습니다. 순간적으로 울컥하면서 울음이 쏟아졌습니다. 억울함과 서러움, 그리고 배신감이 쓰나미 밀려오듯 몰아치며 울컥하는 울음이 끊임없이 흘렀습니다.

저는 너무도 억울한 마음에 컨닝하지 않았다고 몇번을 말했지만 컨닝맨으로 낙인찍힌 저의 얘기는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제가 담임선생방을 들어갔다 나오고 나서도 몇몇 여학생이 담임선생 방을 들어갔다 나오면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에게는 은사가 없습니다. 물론 좋은 선생님들도 계셨지만, 너무나도 어린나이에 겪은 충격으로 인해 선생도 하나의 직업일 뿐,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사람들로 지금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스승의 날에 찾아뵙는 은사는 없습니다. 대신 전에 다녔던 회사의 존경하는 사장님을 찾아뵙곤 합니다.

학대 수준의 체벌을 하는 선생들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들이 지금도 많이 이슈가 되곤 있지만, 세상을 삐딱하게 보게 만들 정도의 정신적 충격을 주는 선생들이 저에게는 매의 체벌보다 더 큰 고통을 주는 사람입니다.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