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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8 비위 약하면 못먹는 엽기 청국장라면 3
난 이렇게 산다2007. 11. 28. 02:11

오늘도 어김없이 철야한다고 야식사러 편의점엘 갔다.
전에 종종먹던 농심의 건면세대가 있길래 봤더니 청국장맛이 새로 나왔다.
언제 나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첨 보는거라 사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뚜껑따고, 스프를 찢는데 살짝 3일 안씻은 발냄새가 나길래
"하하 청국장 흉내 좀 냈네?"
하며 아무생각 없이 더운물을 붓고, 신속한 처리를 위해 전자렌지에 넣어버렸다.
종이포장이라 환경호르몬 따위 신경쓰지 않았다.

2분 후....

전자렌지를 열었다.
이건 전자렌지가 아니라 아랫목에 3일 푹 삭힌 청국장독이었다.
사무실에 냄새 다 뱄다.
면을 집어들고 맛을 보는데....아놔....
이건 청국장맛 라면이 아니라 그냥 청국장이었다.
청국장에 면 풀어놓은거다.
국물을 마셔보았다. 그냥 청국장이다.

34년 살아오면서 라면 참으로 많이도 먹었다.
바쁘게 일을 하시는 어머니 덕에 어릴적부터 허구헌날 라면을 먹었다.
학창시절 역시 계속 먹었다. 직장생활하면서도 계속먹었다.
기인열전에 나오는 라면만 먹으면서 수십년 사셨다는 이런 기인 어르신을 빼고
내가 2위라고 하면 서러울 정도로 많이 먹었다.
이 살들. 이거이거 라면살이다.

어릴적부터 먹어왔던 라면 종류만해도 엄청나다.
벼라별 라면 다 있었다. 우유라면, 된장라면, 김치라면, V라면, 해피라면....

문제는 라면맛은 그게 그거라는 지론이었다.
우유라면은 우유맛 안났다.
V라면 먹으면서 손으로 V자 가리켜본적 없다.
해피라면 먹으면서 해피했었는지 기억 없다.
된장라면 같은 경우 농심에서 최근에 다시 출시되었고, 된장이랑 고추장에 파마늘 썰어넣고
지진 그 장을 라면에 한숫갈 넣었을 때 그 맛과 흡사했다.
이 된장라면 건면세대 청국장의 시초가 된걸까?

이 청국장라면은 비위가 약한 사람을 못먹을 정도로 청국장 맛과 냄새가 강하다.
라면스프맛이 안날 정도랄까? 그냥 청국장 국물이다.
면 다 건져먹고 남은 국물에 가라앉은 건더기들 중에는 건조시킨 청국장 콩이 그대로 씹힌다.

도대체 청국장을 얼마나 때려넣었길래 라면스프맛이 안날 정도란 말인가
그래서 첨가재료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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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청국장 42%다.
이건 도전이다. 라면에 라면스프 맛이 안나는건 이건 도전인거다.

사무실에 이 라면먹다가 사무실 청국장 냄새로 가득찼다.
뒤에 외국인친구가 하나 앉아있다. 저 놈 도대체 뭘 먹었길래 발냄새가 사무실에 진동하게 만드냐
라고 소리칠 듯 하다.

청국장이 마려워 참지 못할 때 청국장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이 라면을 드셔보시라.
꼭 이렇게 사발면 형태로 안먹어도 된다.
냄비에 물붓고 끓이다가 스프넣고, 파마늘 송송 썰어넣고, 호박, 두부 좀 넣어 끓이면 된다.
그럼 청국장된다.

솔직히 맛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사발면 용기에 나무젓가락으로 라면먹을 때의 그 맛이
고정관념으로 박혀있기 때문에 뇌와 혀는 일반적인 라면이 들어오겠구나 하면서
준비를 한다. 그런데 청국장이 들어온다. 그 청국장에 어울리지도 않는 라면 면빨까지 같이 들어온다.
머리와 혀가 혼란스러워 어쩔줄을 모른다.

부대찌게에는 라면이 없으면 왠지 섭섭하다. 김치찌게에 라면 넣어도 그다지 어설프지 않다.
그런데 청국장에 라면을 풀어보시라.
이건 못먹는거다.

고정관념을 깨고 청국장라면 나왔다. 과연 얼마나 팔릴까?
신라면이 전세계를 강타할 수 있었던건 독특한 맛과 강한 매운맛이 조화를 이루며
나중에 다시 생각나게 했기 때문이다.
농심직원한테 직접들은 얘기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라면 70%는 신라면이 잠식했다.
그리고 세계 어딜가도 신라면이 있다.
분식집에서 신라면 대신 다른 라면 끓여내오면 그 분식집에 사람들 안간다.
이미 대한민국 분식집의 라면은 신라면으로 고정상품이다.
농심을 신라면 하나로 먹여살린다는 얘기도 얼핏 들었다.

고정관념 깬 엽기 청국장라면.  
지금 트름했다. 청국장 냄새 올라왔다.
청국장을 좋아하긴 하지만, 청국장라면을 다시 찾게될지는 모르겠다.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