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은하며살자2007. 8. 22. 19:07

온나라가 재테크.

내집을 사려면 집을 사야 하는 사회.

아파트 분양날이면 전국에서 몰려드는 사람들...

이전 제 글에 오해를 많이 하신줄로 압니다.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85868)
IT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제 입장에 서서 쓴 글이었고,
그 안에서 현세태를 지적하고자 했습니다.

먼저 지금의 제 환경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연봉을 말씀드리기는 좀 민망하고, 소득이 없는 아내와, 딸아이가 있습니다.
제가 받는 월급으로 생활을 하고 있구요.
조금이라도 더 저축을 하기 위해 차도 없고, 옷가지, 맛있는 음식...이런것들을 최소화하고 있고
저는 알바를 하고 있으며, 월 10만원이라도 벌 심산으로 애드센스와 애드클릭스를 블로그에 달아놨고,
IT직종 특성상 끊임없이 공부해야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하루 평균 4시간 잠을 잡니다.
바쁠 때 철야는 기본이지만, 제 스킬업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 혹은 두번 정도 회사에서 스킬 업 하며
밤을 샙니다. 집에 자주 안들어갈 때는 갓난 아기인 제 딸이 아빠를 낯설어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보험은 아내가 든 싼 보험 하나 있구요. 생명보험 같은건 아니고, 그냥 싼건데 자세히는 모릅니다.
현재 회사에서는 팀장 위치에 있고, 개발자입니다.

한 2년 전쯤에 일산에 1억2천짜리 24평 아파트가 떴다고 해서 그걸 빚내서 살까말까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전세 3500에 비 줄줄세는 다세대에 살고 있는 저로써는 도저히 그 빚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포기했는데
그 집이 2억이 넘었다고 하더군요. 뭐 다음에 좋은 기회가 있겠지하고 넘어갔습니다.

제 본가 역시, 어머니가 신축빌라에 싸게 들어갈 기회가 있어서 5천 은행빚을 졌고,
아직 3천이 남아 있습니다.
처가댁도 형편이 그리 좋은건 아니었고, 개인택시 하시는 장인어른의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집에서 80년대 2천만원으로 들어온 아파트가 2억 몇천에 팔려서 일산의 1억7천짜리 33평 아파트를
사서 가셨습니다. 마진으로는 자식 학비와 생활비로 쓰셨고, 그 돈이 다 떨어지니 다시 힘든 생활하고 계십니다.
몇년전이라 집값이 이렇게 미친듯이 뛰기 전이라 가능했었습니다.



제가 IT직장인들 봉급가지고 얘기를 했지만, 막상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언제부턴가 광고는 보험과 연이자 50~65% 하는 사채광고로 도배질되고 있고,
TV프로에서는 허구헌날 방송하는게 재테크..재테크...

어떤 블로거의 돈버는 방법이라고 들어가보면 역시 재테크..
어떤 블로거는 연봉이 낮아도 집 살수 있다!!! 라는 제목이 걸려 있길래 들어가봤더니
집을 샀는데, 집값이 뛰어서 그걸 팔고 다시 좋은 집을 샀다는 내용....

마치 온나라가, 아니 온나라 사람들이 부동산, 재테크를 해야만 하고, 공중파의 버라이어티 프로에서조차
재테크 지식을 공중파로 쏘는 세상...

언제부턴가 돈을 벌려면 성실히 일하고, 공부하고, 아끼고 해야 잘 사는게 아니라
부동산, 재테크를 무조건 해야만 하듯이 온나라가 부채질을 합니다.

제 기억에 노정권이 들어서기 전, TV에서 구두쇠처럼 아끼고 아껴서 남들보다 빨리 집을 샀다는
가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 사람 정말 지독하구나." 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그 성실히 살아가는 가장과 집을 사서 뿌듯해 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흔해 빠진 "아직은 살만한 세상" 을 웅얼거렸죠.

뭔가 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미친듯이 폭등해버린 집값은 이미 현실이고,
현실을 외면한다고 뭐 좋은게 돌아올리 없겠죠.
다만, 부동산, 재테크가 아니면 정말 성실히 일하는 노동자나 근로자는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건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경제라는게 그렇게 쉬운게 아닙니다. 그리고 다들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돈이 없어도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그게 행복한거라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좋은집에서 차도 굴리면서 여행도 가고, 편안히 살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허구헌날 밤새면서 공부하고, 알바합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걸 알지만요.

이렇게 글을 쓴다고 제가 재테크를 하지 않는건 아닙니다. 그쪽으로 지식이 많진 않지만,
시간 없는 저를 대신해 와이프가 그쪽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연봉 적고, 허구헌날 철야한다고 찌질대는게 아니라, 이상하게 변해버린 이 나라에 대해
한마디 해보고 싶었습니다.

집을 사려면 집을 사야하는 이 나라에 대해서요.
이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중...
Posted by 서연아빠